나의 과거(5)
결국 문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발생했다.
친척들의 선물 공세에 할아버지는 어느샌가 우리가 희생한 부분에 대한 기억을 잊으신 듯했다.
본인이 받는 월세가 우리 가족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을 잊고
당장 눈에 보이는 친척들의 선물 공세에 기뻐하셨다.
불안했다.
대학생이 되고 아버지에게 상속에 관한 점을 물었으나 유교 사상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는 본인이 알아서 한다는 말만 했을 뿐 할아버지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설마 내 형제자매들이 내 뒤통수를 치겠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으셨다.
그러자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우리 아버지한테 상속받으라는 친척들이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재산은 물론, 할머니의 생활비로 쓰이는 월세까지 나눠야 한다는 것이었다.
억울했다.
변호사를 찾아갔으나 그렇게 많지 않았던 재산이었기에 변호사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우리 가족에겐 전부였으나 그들에게는 아니었다.
사실 부모님을 모시고 산 것만으로는 법적으로 부모님의 재산에 대한 기여가 인정되지 않고
과거에 건물을 짓는데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을 증빙할 서류도 부족했다.
변호사를 써도 부자였던 그들이 더 좋은 변호사를 쓰고 택할 수 있는 방법도 훨씬 더 많았다.
결국 우리는 재산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듯 나올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견해는 틀렸다고, 결국 세상은 악이 이기게 설계되어 있다고.
이제 내가 변해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