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4)
자연스레 형편이 여유로워진 친척들은
그 여유를 바탕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명절 때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분명히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는 선물을 주는 친척들을 대놓고 좋아하셨다.
분명 희생한 건 우리 집이였는데 갈수록 효도는 저쪽이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희생은 점차 당연한 것이 되었고 잊혀져갔다.
그리고 우리의 형편은 좋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친척들이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사 입을 때 우리는 뭐가 좋은 것인지 알지도 못했다.
사촌들이 해외여행을 다녔을 때 우리는 국내여행을 가본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그것은 자신감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나는 공부를 잘했고 다른 사촌들은 공부를 잘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나면서 느낀 것이지만 학업 성적만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좋은 대학은 보통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가기가 쉬웠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더라도 누릴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거짓 없이 희생했으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정받지도 못했고
우리 가족 자신들에게도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