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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Apr 07. 2022

02. 달라도 너무 달라.

 캐나다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캐나다 중부에 있는 마니토바주에 있는 위니펙(Winnipeg, MB)이라는 도시이다. 사실 위니펙이라는 동네는 캐나다행을 준비하면서 태어나서 처음 들은 이름이었다. 흔히들 아는 밴쿠버, 토론토, 퀘벡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위니펙이라니! 이름을 처음 듣고 지도를 찾아보았다. 캐나다 완전 중심부에 있는 도시였다. 처음 찾아볼 때만 해도 이곳에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위니펙에 도착을 해버렸다.

 캐나다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낯선 환경인 것은 분명했다. 지형, 문화, 언어, 날씨 등등 모든 것이 한국과 흡사한 것이 없었다. 한국 지형을 배울 때 동고서저라고 배운다. 동쪽에 있는 태백산맥을 통해 온 나라가 산맥으로 연결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산이 많은 나라이다. 반면 캐나다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서쪽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로키 산맥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부부터는 끝없는 평야가 펼쳐진다. 그로 인해서 위니펙에서는 지평선을 볼 수 있다. 허허벌판 위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도시 같은 느낌을 주는데 위니펙은 작은 도시가 아니다.  위니펙은 마니토바주의 주도이며 캐나다에서 제4의 도시이다. 마니토바주는 649,950 km²로, 남한의 약 6.4배나 된다. 위니펙의 자랑(?)은 바로 추위이다. 북극 밑에 있는 준주를 제외하면 위니펙은 캐나다에서 제일 추운 도시에 속하기도 하는데 별명이 겨울을 뜻하는 Winter+ 위니펙 (Winnipeg)을 합해서 윈터펙(Winterpe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위니펙의 추위는 캐나다 안에서도 유명하다. 

 매니토바에는 유명한 매니토바 호라는 담수 호수가 있는데 캐나다 지도를 보면 캐나다 중부에서 보이는 큰 호수가 바로 그 호수이다. 캐나다에서 13번째, 세계에서는 33번째로 큰 담수 호수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호수의 크기이다. 서울시의 면적은 605 km² 정도인데 이 호수의 면적은 4,706 km²이다. 즉 이 호수에 서울 약 8개가 들어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낮은 건물들, 파란 하늘, 이 모든게 이국적이다. 외국이니까.




 이렇게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캐나다의 건물들의 모습은 한국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높은 빌딩들이 굉장히 빼곡하게 많이 있다. 특히나 내가 살던 일산은 높은 아파트들이 즐비해있는데 10층 정도의 건물이면 소소한 건물에 속 할 정도이다. 요즘 일산에는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것에 비하면 캐나다의 건물들은 매우 낮은 것이 분명하다. 물론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면 높은 건물들과 교통체증, 많은 인구밀도가 있다고 하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없다. 위니펙은 지하주차장이 거의 없다. 거의 모든 마트는 모두 지상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크기가 엄청 넓다. 지하 2층 3층, 더 깊게는 5층 이상으로 내려가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크기의 주차장이 마트 앞에 펼쳐져있다. 마트 주차장이 얼마나 큰지 주차장 안으로 버스 노선 몇 개가 지나갈 정도로 주차장이 크다. 카트를 수거하는 직원들은 규모와 카트의 수 때문인지 전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카트를 수거한다.


 이런 건물의 외적인 것 말고도 날씨가 많이 달랐다. 6월의 캐나다는 매우 건조하다. 태풍과 장마가 있는 우리의 여름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후인데 비가 와도 국지성으로 매우 강한 비가 짧게 내리고 그친다. 비가 한 번 오면 제법 강한 비가 내리는데 비가 그치면 빗물에 젖은 길들이 곧 바짝 마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름의 위니펙은 해가 늦게 지는데 거의 밤 10-11시가 되어야지 해가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반면 겨울에는 해가 매우 일찍 떨어진다. 오후 4시면 어두워지고 해가 진다고 하니 이 사람들이 여름과 햇빛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낮이 짧은 겨울이 길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여름을 사랑한다. 여름에 사람들은 조깅을 하고, 태닝을 하고, 여행을 하고 온 도시에 크고 작은 축제를 열고 파티를 한다. 이들이 파티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를 이곳에 도착하니 알 것만 같았다.


Save on Foods, BridgeWater Center, Winnipeg


 이렇게 많은 부분이 다르니 쉽게 적응할 수가 없었다. 특히 나보다 아내는 힘들어했다. 달라도 다른 이 모든 상황이 아내에겐 버겁게 다가온 것 같다. 언어, 날씨, 문화, 환경, 하늘, 마트, 집, 침대까지 내가 새롭게 느낀 부분들을 아내는 모두 부담으로 느꼈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듯 아픈 사람처럼, 혹은 이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환자처럼 침대에 누워서 밥도 안 먹고 매일같이 울고 있다. 아내에겐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결혼한 지 6년 차,

우리도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 사실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았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역만리 캐나다까지 왔고, 이제야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에 무기력함까지 느끼고 있다.


이제 이 다른 것을 맞춰가야겠다. 우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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