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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May 23. 2022

10 위니펙을 아시나요?

전 처음 듣습니다만...

 앞에 살짝 말한 적이 있는데 내가 있는 곳은 정확히 캐나다 중심부에 있는 마니토바(Manitoba) 주에 있는 주도인 위니펙(Winnipeg) 남쪽에 있는 브릿지 워터(Bridge Water)이라는 마을이다. 생소한 도시에 있는 마을이지만 위니펙은 캐나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다. 단지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명한 '곰돌이 푸우'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또한 역시 다들 몰랐을 것이다. 만화에는 주인공인 크리스토퍼가 가지고 있는 곰 인형이다. 런던 동물원에 있는 아메리카흑곰인 '위니'에서 이 이름이 나왔는데 위니는 캐나다 군인인 해리 콜번이 세계 1차 대전 때 유럽에서 복무하다 런던에다 기증한 곰이다. 그의 집에 있는 위니펙에서 곰의 이름을 따와서 곰은 위니가 되었다. 위니펙 북부에 어시니보인 공원(Assiniboine Park)에는 위니를 위한 전시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위니의 실제 아기곰의 모습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위니펙은 곰과 인연도 많은 도시이다. 어시니보인 공원 바로 옆에는 어시니보인 공원 동물원(Assiniboine Park Zoo)이 있는데 이곳에는 북극곰이 살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와 박명수가 북극곰을 보기 위해 캐나다 처칠로 향했는데 처칠로 가기 위해 경유한 곳이 바로 위니펙이었고, 북극곰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어시니보인 공원 동물원에 방문했었다. 어시니보인 동물원에는 부모를 잃은 곰이나 다친 곰 같이 야생에서 생활을 할 수 없는 동물을 구조해서 치료 후 관리 중에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북극곰의 개체수 감소에 대해서 꽤나 관심들이 많았다. 아마 우리나라도 강치가 아직도 살아있고, 그 개채수가 줄어들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강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것과 같은 맥락일 것 같았다. 동물원에는 물속에 터널이 있는데 그곳에서 수영하는 북극곰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북극곰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한국에서 온 나도,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며, 흥분되는 시간임은 똑같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은 정말 한적하고 조용하다. 사람들도 많이 없다. 한국의 인구밀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물론 다운타운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도 (나름)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을 하는데 한국 수도권과 대도시에 있는 지하철이 이곳에선 없다. 색다르게 위니펙의 다운 타운은 추운 겨울 탓에 지하로 연결된 건물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런 모습은 더운 나라인 싱가포르나 캐나다에 있는 추운 캘거리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위니펙의 추운 겨울은 캐나다에서도 유명하다. 캐나다 사람들이 부르는 위니펙의 별명이 윈터펙(Winterpeg)인걸 보면 말을 다했다고 본다. 캐나다에서도 추위를 인정하는 도시인 것이다. 최저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고 최고온도가 영하 20도 정도일 때가 많다. 또한 위니펙은 도시 자체가 매우 건조하다. 비가 와도 도로의 물기가 금방 마르고, 겨울철에도 매울 건조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국에 있는 장마와 태풍 같은 것은 없고 국지성으로 소나기가 매우 강하게 내리는 편이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우산을 쓰지 않으며, 비가 오면 그냥 맞는다. 참...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중 하나이지만 비 내리는 것을 보면 우산은 거의 쓸모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겨울에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서 생각보다 추위를 많이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동상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캐나다의 기후는 정말 극한이다. 옛날 인디언들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온 건지 경외심이 생길 정도이다.


 캐나다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인구밀도와 어디든 무엇이든 넓다는 것이다. 주차장도 넓고, 주차구역도 넓고, 화장실도 넓고, 마트도 넓다. 뭐든 다 넓고 크다. 사람들도 크도 자동차도 크고 과자도 크고 음료수도 크다. 정말 다 크다. 주차 구역이 넓어서 차들을 전방 주차로 대충 들어가도 칸 안에 들어간다. 넓은 주차공간 때문에 이곳에서는 굳이 후방 주차를 할 필요가 없다. 주차장 자체가 넓어서 전방 주차를 해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화장실 또한 어찌나 넓은지 화장실 칸에 들어가면 문을 잠근 뒤 몇 발 걸어들어와야지 변기에 도달할 수 있다. 화장실이 이렇게 넓기 때문일까, 캐나다는 공중화장실에서 밑에 다리가 보이게 되어있고 다리가 있는 곳에 노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매너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 변기에서 문까지 너무 멀어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 마을에서 마을 밖으로 나가는 버스 노선은 딱 한 개가 있었는데 이 마저도 1시간에 한 대의 버스가 지나간다. 의외로 배차시간과 버스 시간은 정확한 편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버스가 지나간다. 어플을 보고 나가면 여유롭게 탈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실시간 버스 위치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냥 버스가 어디 역에 있고, 어디 역을 지났다 정도만 나오는 아주 심플했다. 허허벌판 위에 아주 작은 기둥이 하나 서 있는데 그곳이 버스 정류장이었다. 물론 다운 타운에는 온열시트가 있고,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는 버스정류장이 있으나 내가 있는 마을에는 그런 건 있지 않았다. 이 버스의 문제는 주말이 되면 현저하게 버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데 있다. 그래도 주중에는 저녁 9시까진 버스가 다녔는데 주말이 되면 오후 3시면 마지막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을 한다. 즉, 나갔더라도 버스를 타고 마을로 들어오려면 3시 전에는 돌아와야 된다는 것이다. 배차 시간 또한 평소 한 시간이었으나, 주말이 되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에 한 대의 버스만 지나간다. 차가 없는 우리는 주말이 되면 마을에 고립이 된다. 

심플해도 너무 심플한 캐나다 위니펙의 버스정류장


 위니펙은 생소한 이름처럼 생소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사람들이 몰랐던 위니펙인데 그만큼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은 곳이었다. 내 생각보다 이곳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 눈만 마주쳐도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웃어준다는 것, 마트에는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과일이 있고 매번 신선한 과일로 바뀐다는 것 같은 크고 작은 차이들이 생활하다 보니 하나둘씩 보이게 됐고 알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닭다리는 먹지 않는다는 것, 치킨 윙은 마음대로 퍼가서 무게를 측정해서 가격을 매긴다는 것, 동전 사용이 예전같이 잖아서 1센트는 반올림을 해서 동전의 최소 단위가 5센트라는 것, 물건을 구매할 때 표시되어있던 물건금액에 추가로 세금(마니토바 기준 13%, 알버타주 5%, 퀘벡주 15% 등등)을 따래 매겨서 계산한가는 것 같은 소소한 것부터 배우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위니펙과 알아가기, 정 붙이기는 조금씩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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