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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정신건강 요리 시간

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8090 세대의 학창 시절 누구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 라면을 먹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라면은 왜 그리 맛이 있었는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꼬들꼬들한 식감, 외형, 짭짤한 냄새까지도 말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 5분이면 완성되는 간편한 한 끼 , 값싼 가격에 식사대용으로도,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라면이나 먹지 하고 먹는 그 라면 나도 참 좋아한다. 질리지 않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1등이다. 이 맛있는 라면을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바로 우리 아이들처럼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이 라면을 먹기 시작한 것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여유로운 밥 한 끼를 먹지 못할 때 급하게 후다닥 끓여 먹었던 라면 그때부터 일 것이다. 아직 어리지만 아이는 이미 눈으로 코로 라면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모를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만 먹는 그 음식이 라면이라는 것도 모른 채 냄새와 면치기 하는 소리에 이끌려 먹고 싶어 하는 것을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차단한다. 내가 그러했다. 아빠가 되고 나니 나의 어릴 적 라면 먹던 시절이 기억이 나지 않나 보다 아이들은 밥을 잘 먹어야 된다고 매일매일 밥만 차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해야 할 일들은 많고 밀린 집안일이며 아이들에 치이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면 늘 시간에 쫓기어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밥상은 밥과 국 반찬 한 가지가 전부였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밥을 후딱 먹어치우는 그런 아이들은 아니었다. 정성껏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고 남기고 어떤 날은 아빠~ 오늘은 카레가 먹고 싶어!라고 이야기해 3분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밥상에 놓아주면 변덕스럽게 라면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내 아빠의 얼굴은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상냥하던 목소리는 3단 고음을 지르며 감정소비를 통해 긍정 에너지가 빠져나가 기분이 다운되어 버렸다. 



요리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신기함이 있다. 같은 레시피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즐겁지 않게 만든 음식을 과연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까?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 지쳐가며 아이들이 남긴 밥을 먹을 때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지? 아이들은 왜? 건강한 밥만 먹어야 하지?라고 나에게 되물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어릴 적도 건강한 식사를 하며 자라온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고 아빠도 편하면 그것이 더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가? 그래! 아이들과 협상을 하자! 먹고 싶은 라면을 주고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수요일과 금요일 1주일에 두 번 라면을 먹는 날로 협상을 하고 라면을 먹는 날 마음이 가볍다. 아이들도 즐겁게 면치기를 한다. 둘째 아이는 얼굴에 짜장 범벅이 되어 웃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첫째 아이 여덟 살, 둘째 아이 네 살 순한 진라면 하나, 짜파게티 하나 요리하는 시간 5~10분 라면은 물 조절만 실패하지 않으면 맛의 큰 차이는 없다. 그래 조금만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와 협상을 하니 아이들도 아빠도 서로가 웃으며 마주 할 수 있지 않은가. 옛 말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에게 라면을 먹이는 아빠가 되었다. 라면에 고민하는가? 우선 먹자! 면이 불으니깐.      



나쁜 아빠로 산다는 건.. 

1 화 : 아빠의 시간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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