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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중독..

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스마트폰이 생겨나기 전 텔레비전을 보며 바보상자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리모컨 하나로 손가락만 움직여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바보상자를 통해 보며 웃고 울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이 텔레비전 보는 우리를 향해 ' TV 속으로 들어가겠다 '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작아지고 강력해진 바보상자로 인해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본다. 


2022년은 뉴 미디어 전성시대다. 

누구 하나 SNS를 하지 않는 부모가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손바닥만 한 기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중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한다. 

나 역시 그 부모들 중 한 명이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을 접속


오늘은 사진과 영상에 누가 댓글을 달았지? 하트는 몇 개나 되었지? 영상의 조회수는 또 얼마나 되었지? 하며 확인하기 바쁘다.


다음은 " 품앗이 "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며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나의 게시물에도 하트와 댓글이 달아 지기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와우! 시간 무엇? 벌써 점심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SNS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서로를 응원하며 격려한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다른 부모들도 빠져드는 것이다. 


배우자의 칭찬도 없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동안은 티격태격하기 바쁘니깐 SNS가 위로와 격려의 공간이 되어 버린 디지털 세상. 나라는 사진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들의 사진으로 하트 받고 댓글 받으며 보상받으려 했던 처음의 나처럼 말이다.  

     

그때의 나는 게시물을 올려야 된다는 압박감에 매일이 스트레스였다.

 “ 톤 앤 매너 ”정해진 게시물에 맞게 영상이나 사진을 올려야 되는 것을 말한다. 

그때가 되면 아이들을 독촉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혹여나 아이들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이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인스타그램이 어느새 나와 아이들이 아닌 게시물을 보는 사람들의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 점점 나쁜 아빠가 되어 가고 있었다 "


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은데 보는 사람이 즐거울 리 있는가? 소리치는 내 모습에 또 눈물이 고인 아이들의 모습에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처음은 불안했지만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다시 핸드폰을 들어 인스타그램을 접속했다. 

그러다 발견한 “ 릴스 ” 짧은 음악에 유행하는 춤이나 동작들을 영상으로 즐겁게 올리는 모습. 


'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이하듯 할 수 있어! ' 


또 기존에 나를 압박하며 게시물을 줄 세운  “ 톤 앤 매너 ”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아이들과 내가 함께 웃으며 음악에 맞추어 영상을 찍고 언제든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저장한 뒤 올릴 수 있다 보니 " 압박감 "에서 벗어나 재미가 있기 시작했다. 


조회수와 팔로우 수가 늘어나고 하트가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며 더 재미난 영상을 찍기를 원하고 심지어 아이가 혼자 영상을 찍기도 하는 모두가 즐거운 현상이 나타나 우리의 추억이 더 많이 저장되어 가고 있다.



나를 잠시 내려놓은 덕분에 더 이상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아도 되는  별스타 그램에 빠진 아빠가 되어 버렸다. 더 작고 강력해진 바보상자에서 한 동안은 나오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나쁜 아빠 같으니라고..     



나쁜 아빠로 산다는 건..

제 3 화 : 아빠는 왜 맨날 화내!

https://brunch.co.kr/@ninipapa/7/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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