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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향하는 느린 발걸음

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 내일도 아빠는 또 늦겠지...'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오후 4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재잘거리는 한 어린이집의 문밖은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집 안 풍경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하원 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지야 엄마 왔다. 하원하자~ 동수야 아빠 왔다. 집에 가자~ '


자신의 이름을 듣고 친구들과 인사하고 멀리서 부모의 모습을 보고 뛰어 나가는 아이들 혹시나 넘어질까 노심초사 선생님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엄마와 함께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어린이집 문밖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인사를 하고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져 간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통합반으로 돌아왔을 때 부모가 아직 오지 않은 아이들이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다. 그중 한 아이는 나의 사랑스러운 둘째 딸 이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시작되는 프리 랜서 아빠의 하루 밀린 집안일과 기존에 정해진 일들 외에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를 하고 조심스레 노트북을 꺼내 메일을 확인한다. 


아쉽게도 새로운 일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 랜서의 삶은 없는 일도 만들어 내야 하기에 끼니도 거른 채 오늘의 할 일을 하나하나 정리해 간다.


오디오 방송도 하고, 글도 쓰고, 회의도 하고, 직장인 분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물 밑에서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첫째 아이의 하원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를 데리고 학원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꺼내 학교 앞으로 향했다.



저 멀리 첫째 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손을 흔들어 반긴다. 아이와의 간단한 인사 후 자전거의 페달을 열심히 밟아 아이의 학원에 도착했다. 또 짧은 인사를 나누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 바닥에 앉아 선풍기를 틀고 화장실 쪽을 쳐다보는데 건조기 안의 빨래들이 어서 꺼내 달라고 아우성이다. 휴식도 잠시 빨래를 정리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당기는 게 없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 하나를 후다닥 끓여 먹고 다시 노트북을 열어 하던 일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 아빠~ ' 라는 환청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시계가 보인다. 둘째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 되는 시간이다.


아... 하루가 정말 빠르다. “ 눈코 뜰 사이 없다. ”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다시 자전거를 꺼내어 아이에게 향한다. 도착한 시간 저녁 6시 남은 아이 둘.. 


초인종을 누르는 아빠의 손이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네 살 아이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성인이 일 하듯 어린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선생님이 ' 아빠 왔다 ' 라는 부름에 웃으며 뛰어나와 반겨 주기에 늘 그 시간이 아빠에게는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아빠의 늦어서 미안해라는 말에 쿨 하게 ' 괜찮아 ' 라고 대답해주는 착한 딸


잠시 후면 또 첫째 아이가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올 시간, 20분 남짓 둘째와의 짧은 단 둘의 시간, 어김없이 아이는 놀이터를 가자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 중 아이가 가장 많이 웃는 시간, 아빠의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지만 아빠와의 그 짧은 시간을 함께 하려 아이는 그 긴 시간을 어린이 집에서 버틴 것을 알기에 주저 없이 놀이터로 향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의 그 놀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뛰어놀고 함께 웃는다. 

아이도 그걸 아는지 가야 할 시간에 더 놀고 싶어 응석도 부리지만 이내 못 이긴 척 아빠를 따라나선다.


집에 와서도 바쁜 아빠, 놀아주기는커녕 저녁밥 차리기에 바쁘다. 오늘도 아빠는 열일 중인 것이다. 

아빠의 일도 아이들에게도 소홀하기 싫지만 아직 아빠가 처음이기에 둘 다 잘할 수는 없다. 


' 내일도 아빠는 또 늦겠지? '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진심인 아빠라면 아이도 기다려 줄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 오늘도 난 바쁜 아빠가 되었다



나쁜 아빠로 산다는 건..

제 4화 : SNS 중독..

https://brunch.co.kr/@ninipapa/4/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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