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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떼고 입학했어야지..

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 어린이집에서도 ㄱㄴㄷㄹ , 가갸거겨 정도는 배지 않나? "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다. 어린이집은 돌봄이 주최가 되는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이 주최가 되는 교육부 소관이다. 사람도 방식도 모두 다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너무 좋았기에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부모로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한글을 가르쳐 줬어야 했었나? 고민도 잠시

우리의 초등학교 시절은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쳐 줬었기에 현재도 당연히 가르쳐 줄 것이라 단정했다. 


‘ 요즘 초등학교는 한글을 떼고 가야 된다던데 ’ 2023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하는 부모들의 최고 관심사는 초등학교 입학이다. 그중에서도 한글은 우선적으로 마스터(Master)하고 가야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한다. 


나 역시 아들의 어린이집 졸업을 앞두고 또래의 부모들에게 물어봤을 때 초등학교에서는 “ 한글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 배워서 가야 된다. ”라는 말이 대부분 이였다. 팔랑귀는 아니지만 또 다시 고민은 된다.



‘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 ’ 살다 보면 배우지 못한 순간을 후회할 때가 있다. 내가 무지해서 그래, 내가 못 배워서 그래, 대부분 어릴 적 우리의 부모님들은 배우지 못해 많은 서러움을 겪고 자녀들에게 공부가 해답인 듯 ‘ 공부 안 하냐? 숙제 안 하냐? ’라는 말을 아주 많이 했다.  


그 결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고학력자가 많다. 그중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배움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그 배움을 포기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가 부모가 되었을 때 학부모는 처음이기에 아이들의 교육 가치관도 모두 다를 수 있다.


혹시나 초등학교에 가서 책을 읽을 때 못 읽어서 아들이 자존감이 낮아지면 어떡하지?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 아이는 아이답게 놀 때 놀아야 한다 ” 는 가치관에 아들은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입학을 하게 됐다.


입학 후 죄책감이 들 무렵 다행히 아내도 같은 가치관을 가진 것을 알고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 기사회생 ” 걱정과는 다르게 학교에서도 한글을 가르쳐 주고 아이가 입학 후 한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이 아닌가? 나의 어린 시절을 닮아 공부에 관심이 없을 것 같던 아이는 사실 공부 머리 하나만큼은 아내를 닮았다.


책을 읽을 줄 몰라 늘 아빠에게 읽어 달라던 아이는 스스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하고 모르는 글씨를 쓰고 읽을 때는 그 글의 뜻을 물어보기도 한다.


 “ 후다닥 ”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한 번은 아이에게 어떤 과목이 재미있냐고 물었을 때 1순위가 수학 2순위가 국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입이 떠억 벌어졌다.


그렇다. 입학 전 카더라 통신에 부모로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는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아이를 믿고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는 스스로 더 성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휴~하마터면 미움받는 아빠가 될 뻔.  늦다고 재촉하지 마라. 배움에도 타이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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