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 난 정말 이기적인 아빠다 "
' 가을 ' 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단풍, 남자의 계절, 가을소풍, 은행나무, 그리고 가을운동회다.
운동회라는 이름만 들어도 콩닥콩닥 밤잠을 설친다.
그만큼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기는 축제다.
아이 학교에서 온 공문을 보고 반신반의했다.
" 망할 코로나 "때문에 못했던 운동회가 3년 만에 부활,
그것도 부모참석이 가능한 아들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라니..
야호! 가을운동회 이긴 하나 처음으로 아이의 학교생활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진짜 하는 건가? 다른 학교는 안하는 것 같은데 아직 코로나가 끝이 난건 아니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다시 어수선 해졌기 때문이다.
“ 안돼 ” 가을운동회는 꼭 해야 돼! 초등학생이된 아들이 처음 맞이하는 가을운동회 인데 코로나로 인해 다시 또 취소가 된다면 아들이 얼마나 속상해 하겠는가?
아니, 사실 내가 더 속상 할 것 같다. 아들 운동회 인데 부모가 더 원하고 있다니..
그러다 학교에서 단체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 어떡하려구.. 나쁘다.
어느덧 운동회 날, 오늘은 딸아이의 가을 소풍도 있어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며 아이들을 재촉한다.
평소보다 빠른 등원과 등교에 혹여나 늦을까 ' 어린이집 버스가 친구들만 태우고 가버린데 ' 라며
새 하얀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 세이프 ’ 기분이 좋다.
하늘의 몽글몽글 구름과 어우러지는 교문 앞 높게 걸린 현수막, 운동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 그리고 오늘을 3년 동안 기다린 학부모들까지 어릴 적 나의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의 추억냄새가 30년을 지나 운동장의 흙먼지도 상쾌하게 만든다. 아들의 운동회인데 덤덤한 아들에 비해 아빠인 내가 더 요란스럽다. 부모들의 계주를 대비한 운동화까지 챙겨온걸 보니 너무나 진심이다.
“ 아빠 난 백팀이야 ”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변함없는 응원 소리와 함께 운동회는 시작됐다.
저 멀리 아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를 ZOOM IN 해 맨 앞에 있는 아들을 “ 찰칵 ”
순간 잊혀졌던 어릴 적 운동회가 스쳐 지나간다.
경기가 무르익을 무렵 사회자가 부모들이 함께 협조하는 게임을 제안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 학부모들 그 사이에 우리 부부도 있다.
“ 게임시작 ” 긴게 늘어진 줄 사이로 큰 볼을 1학년부터 6학년 까지
아래로 굴렸다 머리위로 두 번 반복하는 게임.
‘ 탕 ’ 하는 소리와 함께 맨 앞에 있는 아들과 힘차게 공을 굴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공을 향해 힘껏 밀어 냈다.
결과는 백팀 승리! 오~예! 외치며 아들과 하이파이브하려 하는 순간,
아들의 얼굴은 뾰루퉁.. ' 아빠 때문에 화났어 '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아들과 함께하는 게임인데 아들이 공을 만지지 못했다.
머리위로 공이 올 때 키가 작아서 말이다.
달래는데 애를 먹었다. 체육인 아빠로서 반성하는 운동회였다.
나밖에 모르는 아빠! 세심한 부분도 챙길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자!
승부욕 강한 아빠들 필독! 코로나 전선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