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에서 아빠로 그리고 다시 나로 part1

나쁜 아빠로 산다는 것



" 나 다 울 때는 언제 였을까? "


가끔 우리는 지나간 세월의 사진 한 장에 라떼를 담는다.


나다웠던  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자유로운 영혼.


사람 만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음악을 즐기는 청년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그저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던 철없던 청년 그 자체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그때의 나를 즐겼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당신의 20대는 어땠어? 

라고 물어보면 머뭇거리는 사람들


그만큼 즐기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때의 그 시절을 아쉬워하시는 분들과 아무 생각 없이

당당히 즐길 수 있었던 철없는 청년의 이야기에 주변분들의

부러움을 받기도 한다.


사실 나름대로는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다. 

물 위에서는 즐기는 척 물아래에서는 엄청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삶 

하지만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 라떼의 삶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놀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던 청년은 미래를 그려 본 적이 없다. 

인정받은 적이 없으니 미래도 없다.


누군가는 한심하게 보기도,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라떼의 시절을 바꾸

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내린 선택에 후회 없이 실패를 교훈 삼아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철없던 청년의 20대는 미래가 없이 흘러가 버렸다. 

단 평생을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나다운 추억만은 남았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철없던 그때를 홀로 칭찬한다. 




 “아빠가 되면서부터”  


사람도 노는 것도 좋아하던 미래가 없던 철없던 청년

30대가 되며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한다. 


삶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다. 


누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바뀌게 될 줄 모른다. 

그냥 예전과 똑같이 그렇게 살면 되는 줄 안다. 

병원에서부터 시작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아빠라는 이름이 불리면서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했으리라.


나부터가 아닌 아이부터, 노는 것이 아닌 육아부터, 

신나는 음악이 아닌 동요부터 그렇게 서서히 청년에서 아빠로 바뀌어 간다. 


" 자유의 반대말은 구속이다 "


십수 년을 혼자 살아온 사람들은 생활에 있어서는

자기 의사결정이 강하다. 나 또한 그러하다.


심지어 결혼을 하더라도 퇴사와 사업을 혼자 결정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니 아이와 아내가 너무 힘들어한다.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 경제적 자유 없이 아이를 아내 혼자 양육하다 보니 아이

도 아내도 점점 지쳐 간다. 


' 너 혼자 육아하는 거 아니야 ' 

아내에게는 모진 말을 

돌도 안된 아이와는 잠시 이별을 택한 모두가 

힘들어질 거란 것을 알면서도 

내 생각이 옳다고 믿는 나쁜 남편이자 아빠이다.



" 참담한 결과 "


가족을 위한 일이라 독단적인 선택을 했던 결과는 혹독하다.

아내는 우울증이 심하게 왔고 아이는 아빠를 피한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결단이 필요했다. 

함께가 아닌 혼자서만 생각한 가정 이렇게 살면 우리 모두가 힘들어진다. 


아이로 인해 사회적 진출이 어려웠던 아내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유시간을 주

고 아이에 대해 몰랐던 아빠는 아빠들이 육아하는 모임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면서 점차 

내가 아닌 아빠로서의 변신을 시도하며 아이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다. 


내가 아닌 아빠가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야 했기에 내가 

아닌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했기에 지쳐 있는 아내를 활기차게 바꾸어야 했기에 

자신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기저귀 갈기, 빨래, 설거지, 집안 정리, 아이들 아프면 간호하기,

어린이집 등원, 병원 가기 등 해야 할 일들이 무수히 많아 자유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었지만 좋아지는 가정을 보며 뿌듯하다. 


아내 또한 육아할 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하고 싶은 사회 진출도 포기한 채 아이와 가정을 위해 헌신하느라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한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아이와 아내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으니 점차 아빠로 

남편으로서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몇 년이 흐르고 아직도 아이들에게  밥 먹어라, 옷 입어라, 위험하다,

일찍 자라 이야기하며 티격태격 지내지만 지금이 참 행복하다. 


내가 아닌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모든 아버지들이 아빠로서의 삶은 

처음이다 보니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아이에게 그러하듯

처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려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며

부딪히고 깨달아야 했으니까. 


뒤늦게 나에서 아버지로 또다시 나로

살아가려 발버둥 치고 있지만 그때 용기 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 가족에게 웃음은 없었을 것 같아

스스로를 칭찬해본다.

이전 09화 아빠 때문에 화났어 : 가을 운동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