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무게가 있다면, 상처받은 마음에 붙는 그 이름의 무게는 얼마일까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하면서도, 때로는 그 마음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었을 때는 이런 단어의 무게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책에서 배운 대로, 선배들에게 들은 대로 증상에 맞춰 진단을 내리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내 진단이 맞으니 당신은 수긍하고 치료를 받으라는 무심하기도 했던 제 말이 누군가에게는 되려 상처가 되었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이들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던 날도 떠오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아직 정신과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점점 사회적 시선이 바뀌고, 개개인의 인식이 변하면서 조금은 부담을 덜고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단어의 무게에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처치를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름 뒤에 숨은 당신의 인생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병이 아닌 사람을 보라는 한 원장님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며, 제가 붙인 그 이름의 무게를 함께 느껴보곤 하죠. 언젠가 그 이름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라며 오늘도 이렇게 그림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