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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Oct 17. 2024

#. 내 마음속 열등감이라는 작은 줄자

정신과의사의 일기


#. 내 마음속 열등감이라는 작은 줄자


살다 보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낍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나는 한참 뒤처진 것만 같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있던 학창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을 보고 석차를 매기던, 너무나 익숙했던 그 공간에서 나보다 앞선 누군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따라가는 것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졸업을 하고 지긋지긋했던 숫자를 벗어나, 그토록 기다리던 시간이 왔을 때 어색하게 걸친 흰 가운처럼 제게 행복은 아직 낯선 단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습관처럼 내가 남들보다 못난 것, 부족한 것을 찾고 있었죠. 그래야만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던 어린 소년은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 열등감이라는 작은 줄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큰 실패를 경험하고 깊은 좌절에 빠졌고, 군의관이 되어 3년이라는 시간을 잠시 멈춰있던 저는 열등감과 씨름하며 긴 시간을 보내야 했죠. 친구들처럼 당당히 진로를 찾아 나아가고 싶어도, 실패했던 시험을 다시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제가 놓였던 그 공간에는 제가 그토록 집착하던 공부도, 시험도 그리고 누군가의 인정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죠.

열등감은 인간이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습성으로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반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도 열등감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소개하죠. 문제는 이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열등감을 극복하려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타인보다 우월감을 추구하곤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멈출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을 제치고 세상에 혼자 남는 순간이 되면, 열등감을 멈출 수 있을까요? 끊임없는 타인과의 비교는 자존감 저하를 불러오고, 열등콤플렉스에 빠져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상태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방식으로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때로는 앞서가는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뒤를 돌아보며 과거의 나와 경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제의 나, 한 달 전의 나, 1년 전의 나와 비교하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스스로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거죠.

열등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저를 꺼내준 건, 그토록 집착하던 공부도, 시험도, 진로도 아니었습니다. 내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많은 것들과 꾸준히 그려온 그림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을 보며 누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과거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물론, 요즘도 가끔 막연한 열등감을 느끼며 마음속 줄자가 초조해할 때가 있답니다. 그럴 때면, 어제의 나를 떠올리며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음을 되새기곤 해요. 열등감의 늪에 빠져 괴로운 당신에게. 당신은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가면 됩니다. 걷다가 지친 어느 날에는 잠시 숨을 돌리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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