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생긴 병을 어떻게 치료하나요?

#12. 치료의 시작

by 니너하리

12-1. 마음에 생긴 병을 어떻게 치료하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은 어떻게 치료하는 걸까요? 쉽게 그려지지 않는 치료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때때로 정신과 방문을 망설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처음 병원을 찾은 H씨와 함께, 그 궁금증을 조금 풀어보려 합니다.

얼마 전부터 느껴지는 우울감에 진료를 예약한 H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습니다. 병원을 찾은 이유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질문에 답하다 보니, H씨는 그동안 견뎌온 시간들을 조금씩 꺼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색했던 정적이 따뜻한 위로의 온기로 채워질 무렵, H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의심되는 질환과 증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치료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보다 빠른 호전을 위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함께 병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울의 정도를 살피는 설문지와 처방전을 받아 든 H씨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습니다.

H씨처럼 처음 병원을 찾은 경우에는 보통 충분한 시간을 들여 초진 면담을 진행합니다. 현재 겪고 있는 불편한 증상뿐 아니라,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보죠. 필요에 따라 설문지나 심리검사 같은 평가 도구를 활용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검사로 증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표준화된 임상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됩니다. 전문가는 현재의 증상과 그 지속 기간, 삶의 맥락을 함께 살피며 진단에 대한 판단을 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상태에 맞는 치료 계획을 함께 세우게 됩니다.

약물치료는 질환의 치료와 증상 조절을 목표로 하며, 우울증의 경우 흔히 항우울제라고 알려진 약제들을 사용합니다. 다만 특정 약제가 꼭 하나의 진단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며, 같은 우울증이라도 더 두드러지는 증상에 따라 치료 방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약에 대한 오해가 반감을 불러와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약을 복용하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면, 언제든 담당의에게 질문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상담치료 역시 한 가지 모습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치료자마다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저는 상담치료를 종종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에 비유하곤 합니다. 반복되어 온 문제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왜 비슷한 어려움이 자꾸 되풀이되는지 살피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단서를 함께 찾는 과정이지요. 단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넘어, 스스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역경을 버틸 힘을 기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마음속 갈등과 무의식을 탐색하는 정신치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함께 경험을 나누고 필요한 것을 배우는 그룹치료,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TMS(경두개자기자극술), 신체 변화를 실시간으로 살펴보며 자기 조절을 연습하는 바이오피드백 같은 치료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일도, 그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일도 분명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입니다.



참고문헌)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전지현 저
Management of Depression in Adults: A Review.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024. Simon GE, Moise N, Mohr DC.
Management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in Adults: Guidelines From CANMAT. American Family Physician. 2025. Coles S, Wise D.New
월, 금 연재
이전 24화정신과 방문이 망설여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