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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필년 Oct 17. 2017

돌이켜보니 인생에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

"그렇게 해오길 잘했어."라고 읆조릴만한 추억을 한 문장씩


동네 놀이터를 매일 누볐던 것.
웅변학원을 열심히 다녔던 것.
보조바퀴를 때고 자전거를 탔던 것.
달동네 아이가 훔쳐간 자전거를 되찾아 온 것.
친구네 집에서 읽은 위인전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던 것.
용돈을 모아 <슬램덩크>를 한권한권 사모은 것.
수영선수 생활을 억지로 권하는 코치의 말을 어기고 락커룸에서 도망쳐 나온 것.
학원에서 시킨 나머지 공부를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것.
풍물패에 들어 전국대회에 나가본 것.
이차방정식의 해解를 자기 힘으로 계산한 것.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열심히 한 것.
야자 끝나고 내기 농구를 하다 할증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간 것.
선생님한테 몇년치 수능기출을 뽑아달라 졸랐던 것.
알아서 오답노트를 만들어 관리했던 것.
재수를 했던 것.
동생이 집에 돌아오면 먼저 말을 건낸 것.
댄스스포츠를 교양으로 들었던 것.
밤마다 같이 들은 선배랑 시계탑 앞에서 스텝을 연습했던 것.
결국 댄스스포츠 A+받은 것.
OT때 만난 선배가 끌고간 동아리에 마지못해 끌려간 것.
그 동아리에서 내쳐진 것.
국문과 답사에서 교수님과 신발을 벗고 나란히 낙동강을 가로질러 갔던 것.
휴학 후 방송중계 알바를 했던 것.
알바하며 이리저리 혼쭐났던 것. 
어쨌든 학교도서관을 열심히 갔던 것.
거기서 캠퍼스 매거진을 주워 읽은 것.
주워 읽은 캠퍼스 매거진의 편집실을 쳐들어간 것.
찾아간 자초지종을 간절하게 읊어내린 것.
이듬해 그 매거진에 면접을 보게 된 것.
나에게 관심없단 눈빛을 분하게 여겼던 것.
입대를 미뤘던 것.
영화관에서 온갖 영화를 봤던 것.
일하며 번 돈을 몽땅 여행과 전시에 써버렸던 것.
가보지 않은 동네에서 오래 서성였던 것.
서성이다 만난 사람에게 말 붙인 것.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말을 덧붙인 것.
진짜로 다음에 만나버린 것.
대외활동 본부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것.
온갖 학교에 찌라시를 돌렸던 것.
온갖 유형의 학생을 몸에 통과시켰던 것.
나와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상사를 모셨던 것.
청파동에 교환학생을 나갔던 것.
효창공원 풀밭에 한참을 누워있던 것.
그렇게 내가 궁금하면 나와 같이 밥을 먹자 물었던 것.
나란히 혜화에서 서울역까지 뚜벅뚜벅 걸었던 것.
동료와 같이 기사를 쓰러 다녔던 것.
만나지 않아도 되는 동료를 굳이 직접 만나본 것.
동료의 글을 분석하고 의견을 전해준 것.
세상 똑똑한 사람과 인터뷰를 했던 것.
세상 잘난척 하는 사람과 인터뷰를 했던 것.
좋아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영상으로 촬영했던 것.
교수님과 여러번 담소를 나눴던 것.
좋아하는 책을 제 힘으로 끝까지 분석했던 것.
그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입말로 발표했던 것.
그토록 원하던 매체에서 기사를 쓰게 된 것.
그토록 잘 맞는 선임과 동료기자를 만나 어울린 것.
두 번 다시 한국에 오지 않을 가수의 공연을 본 것.
나에 대해 오직 나를 다룬 글을 써주는 사람을 만난 것.
그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것.
블로그에 무언가 열심히 끄적이기 시작한 것.
집 앞 카페의 단골이 된 것.
거기서 온갖 종류의 커피를 마신 것
훈련소에서 4주 동안 일기 쓰길 거르지 않았던 것.
남자 고등학교에서 일을 하게 된 것.
선후배동기들과 읽고 쓰는 모임을 만든 것.
고등학교 1학년(a)/2학년(b)/3학년(c) 때 친했던 친구들과 제법 자주 만나기 시작한 것.
우리끼리 옥탑방에서 영화를 틀어두고 낄낄댔던 것.
각자 아는 사람을 한명씩 데려오려 했던 것.
수영을 다시 시작한 것.
여태까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거꾸로 헤아리기 시작한 것.
들어오는 약속을 기꺼이 여겨 집중하며 만나게 된 것.
블로그에서 만난 이웃과 책을 만들게 된 것.
순조롭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 책을 거의 다 만들게 된 것.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란 대체로 '선택의 문제'라..."무수히 많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 '지금의 나를 만든' 선택을 끄집어내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써내본다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어내도 이만큼, 이마아아안큼 쏟아집디다려.


물론 얼굴이 시뻘개지고 심장이 분자단위로 녹아도 좋을 창피한 일도 많겠지만.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건 대체로 '추억'으로 남는 것들이니까. 

추억은 좋은 선택을 토대로 재구성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미화美化되기 쉬우니 각별히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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