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사랑해.
단편소설 역시 부부 관계, 연인 간 사랑 등이 주를 이뤘다. 편혜영 소설가는 “촛불시위,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상적인 소재가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이현 소설가는 “생활과 밀착된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다수를 차지했던 백수, 아르바이트생은 자취를 감췄다. 손보미 소설가는 “특정 직업이 도드라지지 않고 개인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극적이거나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플롯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편소설은 판타지물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김도연 소설가는 “지루하거나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소재와 관계없이 지금 현실에 의미를 던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문장을 실험하고 세련되게 다듬는 등 언어의 미학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7.12.11.동아일보 /뜨거웠던 광장은 가고… 사랑-가족에 다시 눈뜨다/ 손효림기자
아침에 일어나 일간지 문화면을 펼친다.
신춘문예 씨이즌이라 소설 심사평이 실렸다.
반려동물과 사는 이야기.
개인과 개인이 연대하는 이야기.
올해는 유독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투고됐단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자꾸 현실타령 사회타령한다.
"문학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가 아니라
문학은 세상을 바꿔야만 합니다.
내가 심사평에서 느끼는 건 어떤 의무. 내지는 강박.
그들은 문학이 오락이 되길 원치 않는듯하다.
한국문단 메이저리거들에게 문학은 정치다.
아마 올해도 신인작가의 등단작은 공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거다.
얼마 전에 읽은 논문 하나를 생각해본다.
문학이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는 일은 이제 끝났다고
21세기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 일을 기대하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야기를 읽나. 재밌으니까.
이야기의 재미는 어디서 오는데?
일단 두 가지가 있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치열하게 투명하게 재현했는가
울고 웃는 인생의 순간순간을 얼마나 세련되게 구현했는가
나는 일단 후자를 지지해.
개인이 먼저야. 세상은 그다음이고.
올해 서점가엔 세상을 말하는 소설이 많았지.
나름 잘 읽었어. 이야기로 세상을 말하는 건 중요해.
하지만 내가 정말로 읽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었어.
그래서 숨겨진 책을 찾기로 결심했지.
수확이 있었다.
사적이어서. 너무 사사로워서.
사적인 걸 꼼꼼 추려내 잘 모아두더니
그것을 연료로 삼아 확~질주해버리는 이야기가 있었어.
사사로움의 끝에 이르니 결국엔 세상을 잘 그려놓게 되더라고.
그러면 결국에 공적인 메시지도 성공적으로 실어 나르는 거야.
나는 그런 사적인 이야기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