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거사는 대학에서 나와 동문수학하는 자다. 그는 가끔 '별다방가성비론'을 힘주어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별다방에서 가배를 마시는 일을 사치스럽다 여기지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리를 잡고 두어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별다방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선택입니다."
나는 본디 원두를 직접 사다 내리거나 개인 찻집을 즐겨 다니는 사람이라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하여 성준거사에게 보다 정확한 사정을 물었다.
"별다방의 가배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녹차맛 얼음차를 시키거나 주문할 때 온갖 재료를 요청하기 때문에 비싸지는 것입니다. 형님이나 나나 정품가배만 마시면 족한 사람들은 삼천 오백 냥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단 정품가배는 사천 백 냥인데 별다방계정을 활성화시켜 휴대전화로 주문하면 육백냥을 덜 냅니다. 개인 잔을 챙겨 다니면 구백 냥까지 아낄 수 있지요. 형님처럼 얼음가배만 마신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따뜻한 가배는 가장 작은 잔으로 시킬 때 오백 냥을 더 아끼고, 통신사 할인까지 붙이면 샷을 한번 더 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엇비슷한 가격에 원샷 넣고 생색내는 동종업계 찻집보다 가히 탁월한 부분입니다."
듣고 보니 과연 그럴듯하여 나는 무릎을 탁 마빡을 똭 치고 말았다.
"거사의 말이 옳다. 내 근래 신촌에 머무를 때 잠시 '찻집 바수구지'에 들렀다. 가배 맛에 풍미가 없고 기름지고 쓴맛만 가득했다. 찻집 안의 음악은 일관성이 없고 심지어 전파마저 수신호가 약하니 영화 보러 간 벗을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네. 우리처럼 행운유수로 떠도는 자들에게 찻집은 그저 음악이 잔잔하고 전파가 빵빵하며 전기배선이 잘되면 그만일세. 별다방은 기업 찻집 중에서도 가장 무난하지 아니한가. 개인 찻집을 애호하는 내 취향은 변치 않을 것이나, 기업 찻집을 들어가야 한다면 내 기꺼이 앞으로 별다방에 감세."
그 뒤로 나는 생일날 선물 받아 방바닥 침대 구석에 고이 잠든 별다방 딱지를 찾아내 계정을 등록하고, 주문서에 넣을 이름이 붙으니 , 별다방 직원들은 내게 가배한잔을 내며 '따자-하오 훙-진-바오'라 외치더라.
-한국산문선 10/ 별다방가성비론-
끝
모처럼 아무말대잔치를 벌여뒀는데 문체를 별안간 예스럽게 바꿔봤다. 조금씩 꺼내 읽어 허벌나게 재밌게 읽고 있는 <한국 산문선> 덕분이다. 현대어 패치만 정확하게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오래된 문체와 옛 선인들이 품은 생각은 오히려 현대인보다 빼어난 바가 많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오래된 문체와 옛 선인들이 품은 생각은 보기보다 요즘 세상을 묘사하는 일에 잘 어울리는 편이 있다. 오히려 현대인의 일상에 덧대면 보다 풍부한 일상 묘사를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