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가 주는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 아닙니다?대단히 조건적인 사랑이다.
학점은 아무래도 상관 없고, 그저 받아만 적어도 좋은 강의 대학강의가 더러 나타난다. 그럴 때는 나랏님 말쌈 받아적는 실록사관의 마음으로 교수님 말을 받잡아 모셔야지.
박사과정의 내 지도학생, 벌써 졸업하고 활동하고 있는 분인데 어느날 이렇게 얘기했어요.
'따뜻하지만 만만찮은 상담자.'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렇지! 그게 핵심이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웃음) 나도 애용하고 있어요.
따뜻하지만 만만찮은 상담자. 만만찮지만 따뜻한 상담자.
따뜻하게 챙겨주지만 내담자가 부여한 역할을 동일시 하지 않는 상담자. 견고한 상담자. 선과 한계를 지킬줄 아는 상담자. 때론 내담자와 갈등이 생기는 것을 기꺼이 참아내는 상담자. 내담자의 지독한 미움이 대상이 되는 걸 참아내는 상담자. 내담자의 유아적 애정의 욕구를 참아낼 수 있는 상담자. 내담자를 이해하면서도 내담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을 절제하는 상담자. 그래서 그것을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이 이야기하자고 요청하는 상담자.
문제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많은 내담자들이 상담을 상담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상담이 아니라 양육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때론 연애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때론 투쟁으로 만들어버리기도 누가 옳고 그르냐고. 상담을 상담 아닌 것으로 만들어요. 상담이라는 게 (내담자에게) 좌절을 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직접적으로 상담자가 직접적으로 내담자에게 내가 애정의 표현을,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서 받아보지 못한 그 사랑을 주려고 애를 쓰지 않기 대문에 그렇습니다. 절제를 합니다.
상담이라고 하는게 "서로 협력하는 학습의 과정이다" 라는 걸 (내담자가) 모르면, 상담을 자기가 원하는 그 방식으로 만드려고 해요. 그 감정이 굉장히 강력해요.
그래서 경계를 설정하고, "상담이란 ~이다." 라는 걸 노력하고, 그걸 정하고 칭찬하고, 계약조건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라 비난 할때, 아무개씨가 느끼고 있는 것에 비추면 그럴 수 있다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고. 아무개씨가 원하는 게 이렇게나 큰 것인데! 시간 지키는 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상담)시간을 지켜요.
이런 게 내담자에게 새로운 관계의 경험에, 굉장히 중요한 초석이 됩니다? 그 속에서 내담자가 자기를 관찰하는 게, 사실은 직접적으로 사랑을 체험하는 거 보다 더 낫다라고 하는 것을 배우기도 해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직접적으로 상담자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렇게 해서 또 그것을 막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 때론 꼭 필요 한데. 내가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힘들어하고 내가 이런 선택을 하고 관찰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견고한 상담자'와 배우게 되요.
좋은 상담자란 내담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상담자가 아니라, 인간의 사랑이 조건적일 수 밖에 없음을,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그 마음을 이해를 하면서 공감하면서. '그 조건'에 대해서 불가피함을 내담자하고 공유하려고 하는 것. 물러서지 않는 것. 이런 게 상담자가 줄 수 있는 사랑입니다?
상담자가 주는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 아니예요?대단히 조건적인 사랑입니다. 그런데 잘 몰라(시무룩)
그런 것을 내담자가 함께 배워나가야 합니다. 아무튼 상담은 학습의 과정입니다.
- 정남운 교수 <상담사례연구> 가톨릭대학교, 2018년 2학기 12월 3일 강의 中.
'따뜻하지만 만만찮은 사람'
아 좋다. 이게 건강한 성인이고, 이상적인 인간상이지.
닮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