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태양계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쥐고 계속 공전하는 행성들
그들과 함께한 순간을 재현하고 싶다. 2020년의 비공개 일기장이나 블로그나 브런치의 쪽글에는 회사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나는 회사사람들을 통해 나의 삶을 다독이고, 그들과 보낸 시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느낀다.
사무실에서 펼치는 협업에서, 술자리에서 나눈 농담에서 그들의 모습은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올해 누리게 된 가장 큰 복이요, 진귀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독특한 감흥을 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다들 서로가 서로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타입이라고 고백하는 경험을 살면서 몇번이나 더 하게 될까.
ceo가 태양이면 나머지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다. 우리는 회사라는 태양계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쥐고 계속 공전하는 행성들이다.
이번 주는 EJ행성에 착륙해보자. EJ행성은 마케터형 행성으로 나하고는 선임과 후임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고 있다. 동짓날 부쩍 가까워졌다는 목성과 금성처럼. 나도 나의 선임 EJ님과 가까워져 본다.
12월 말, EJ와 흥미로운 대화를 교환했다. EJ행성이 내 행성에 교신을 시도한다. EJ는 나의 선임이다. 그녀가 가을에 아이를 갖게 되어 지금은 전화나 사내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지만, 그녀가 이따금 사적으로 내게 '툭' 건네는 말은 늘 반갑고 특별하다. 그건 정말 EJ밖에 못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EJ이니까 나도 정직하게 대꾸하게 되는 것이다.
정년님 정년님!
정년님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용!
(이건 업무 카톡 아니니 양해 풀리즈..)
ㅎㅎㅎㅎ
오잉 ㅋㅋㅋ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고기좋아하고 라멘 좋아하고 중국요리 좋아하는 거 같슴다.
ㅎㅎㅎㅎㅎ 저도 몇가지 추려봤는데 정성껏 만든? 음료(커피, 오래된 술 등)나 음식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오호... ㅋㅋㅋㅋ그럼 몇가지 더 여쭤봐도 돼요?
잉힣힣
이거 뭔데옄ㅋ 무슨 앙케이트인데옄ㅋㅋ
ㅋㅋㅋㅋ제 개인 앙케이트인데...
자 다음다음 퀘스쳔
정년님이랑 너무 업무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블로그에 일기쓰다보니 그래서
ㅋㅋㅋㅋㅋ 저 EJ님이 엠비티아이 뭐냐고 뜬금포로 묻는 거, 그런 거 넘 좋아하거든여.
많이 물어보세옄
ㅋㅋㅋㅋㅋ 정년님은 정말 infp일줄 알았는데..
정년님은 언제 잘 웃으시죠?
ㅋㅋㅋㅋㅋㅋ
이것 말고도 여쭤보고 싶은 게 2개 더 있는데, 갈수록 수상해보일 순 있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 뭔가 되게 호기심 갖고 있던 거 풀릴때, "이거다 이거!" 싶은 느낌 들었을 때 짱 잘웃죠 베시시
오호라.. 호기심
지적 호기심이여요? 아니면 ㅎㅎㅎㅎ 그냥 궁금증도 상관 없어용?
지적 호기심이 큰거같은데
오호… 지적 호기심이 큰 분이었군 정년님!
자극적인 체험도 비슷한 거 같아영. 일생일대의 만남이다라고 느끼면 혼자서 엄청 좋아하고. 나중에 글써서 남겨놓는 편.맛있는 거 먹거나.누구랑 되게 좋은 시간을 보내거나.
"저건 뭔가...뭘까..."하고 들쑤셔보는 성격인데, 그렇게 호기심 가진 거에서 즐거움 얻는 게 큰듯!
오호...
제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성과 낭만이 공존하는 스타일이시군요 ㅎㅎㅎ
헷
그럼 나머지 2개 더 여쭤봐도 돼요?
좀 오그라들 순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중략...)
저와 함께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한 여성이 물어보기에 적합한 질문은 아니지만...
^^; 양해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ㅎ
껄껄
아 이질문까지 오니까 뭔가 EJ님 셀프 연말정산 중이구나 싶네옄ㅋㅋ
질문 좋당
개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유일하게 이 질문을 드리는 사람이라는 점
저의 모든 인연 중 딱 한사람!
저는 말이죠.
홍대 위워크에 있을 때, EJ님이 저 딱 옆에 앉혀두고 빈종이에 가로세로 줄 똭 그어서
"자 정년님 같이 따라해봐요..."이러면서
반나절 동안 EJ 따라했던 거가 제일 좋았다면
믿으시겠슴까
기획하는 법 가르쳐주셨을 때였는데
오 그래요..?
뭐라고해야하징...뭔가 EJ라는 사람의 제일 좋은 거? 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우리 동료들 다 마찬가지긴 한데.
다들 같이 지내다보면, 어떤 사람의 모든 면을 알것같고 이해할 것 같은 순간이 있고. 저는 각각 한 명씩 그런 순간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성격 내지는 태도같은 거라고 해야할텐데...
아 말로 잘 설명이 안됔ㅋㅋㅋㅋㅋㅋ힝
오호..
정년님이 바라본 제 성격이나 태도는 어때요?
그 행복한 순간에 느꼈던 감정두 좋구
또 따로 느꼈던 감정도 보태주셔도 돼요.
촌철살인 피드백이어도 됨. :)
EJ님의 제일 좋은 성격은 "받은만큼 돌려준다."에 있다고 생각해용.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그걸 되게 정직하게 되받아친다는 말이예요. 상대방의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일관성있게 나오는 EJ님만의 대꾸? 라고 해야하나...보통 다른 사람들이 의진님 명랑하다 내지는 밝다고 말하는 이유일 거 같은데...아무튼 일관성있는 EJ님만의 리액션이 있어요.
은근 어려운 답변이네요!
그 기획 가르쳐드렸을 때에도 같은 감정을 느끼셨어용?
글을 더 적고 계시다면 저는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
정년님한테만 여쭤보길 잘 한것 같아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너무 좋은 사람.
같이 호흡맞추는 친구가 빵꾸가 난 셈이었잖아요. 뭔가 기대했던 게 분명 있었을 텐데 그에 미치치는 못하는 상황이고.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갈팡질팡하거나,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피시카톡으로 치고 있었는데 다 날아감...양치라도 하고 오세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마세요 일기적는 중 후후~~~
인스타에 글하나 올리고 책좀 보다가 자려구용 ㅎㅎㅎ 뀨뀨
그럼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제가 정년님과 함께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속초 바닷가에서 정년님과 듀스 여름안에서 노래틀고 춤춘거예요 :)
오 저도 그거는 두번째로 행복한 순간
쑥쓰러워서 더 신나게 못춰드린 게 죄송할 뿐 :)
정년님이 모래사장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너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나 정말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구나 생각했음!
이건 도 디자이너한테도 말하고, 신랑한테는 특히 여러번 이야기했어요 ㅋㅋㅋㅋㅋ 그때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고 :)
껄껄… 그럼 저는 다시 일기쓰기로넘어가겟습니다 후후
백지에 네칸씩 쪼개서 기획연습할 때, EJ님 옆에서 막 열심히 먼저 펜놀림할 때였어요. EJ님이 드러내는 집중력이나 몰입같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요만큼 아니까, 이사람(정년)한테는 요만큼 전달해야겠다." 정도만 생각하고 행동에 나선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EJ이라는 사람은 감정이나 판단은 일단 뒤로 미루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랑 해야할 일, 내 곁에 있는 사람이랑 지금 여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탄했었어요.(이건 저도 블로그에 비공일기에 적어둠. 다시 찾아봐도 맞다능...)
같이 펜들고 옆에서 따라하는 저는 그게 되게 믿음직 스럽고, 올해 되게 뭉클했던 장면 중 하나. 어떤 사람을 예전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거든요.
되게 EJ님을 많이 믿고 따르게 됐던 거 같아요.
와. 엄청나게 감동인데요..
이런 젠장 감사해요 정년님
무미건조한 제 블로그에 엄청난 글이 실리겠네요.
글도 잘 쓰시지만
이 글에서는 필력의 의미가 아니라
큰 진심이 느껴져서 :)
여러모로 엄청난 글입니다…. 아이구
보통 사람들이 EJ님더러 밝고 맑아서 좋다고하는데, 제가 느낀 EJ님의 제일 좋은 성격은 '지금,여기HERE&NOW'에 충실하다는 거예용. EJ님의 스마일은 이런 태도의 부산물인 것이고.
"저 양반은 어쩜 저렇게 오늘을 잘 즐길 수 있을까. 나는 EJ님의 저런 모습을 참 닮고 싶고 좋아해!"
라고 생각함. 이상 고백 끝!
주륵
제가 여기서 울어도 되나요 광광...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할머니 콘텐츠랑 mbti 콘텐츠인데
mbti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느끼기에 못난 제 성격을
여러 성격 중 하나인 것처럼 평범하게 읊어주고
또 그 이유에 대해서도 쪽집게처럼 말해줘서
누군가 저, 제 진심(선한 동기)에 공감해주는 것 같아 위로받기 때문인데요 ㅠㅠ
엠비티아이 콘텐츠만큼 위로받고 힐링받고 처음으로 연말처럼 밤을 보내고있어요
으힝 ㅎㅂㅎ
정년님 메세지로 마음이 너무 홀리해짐.
저도 그럼 저를 좀 알려드리자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미나리 오징어 초무침(미나리 좋아함) 또는 아무것도 안 바른 맨식빵, 맨빵입니다 :)
그냥 서로를 더 알아가면 좋을 것 같아서.. 저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말씀드려요 껄껄
갑자기 여쭤봐서 당황하셨을텐데
진심으로 고민하고 답해주셔서 넘넘 감사해요
ㅋㅋㅋ뭔가 EJ님의 홈그라운드 맛, 전라도 광양 고향맛이 느껴집니다요.
식빵...맨빵...메모메모
그리고 이건 무려 이야기로 다이얼로그 재현해서 남겨 놓는 거였기도 한데.올해 여름 각잡고 쓴 일기의 명장면이기도 해용.
EJ님이 저한테 "정년님...죄송한데 그분이랑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그짓말 못하는 편이라 증말 죄송해요 ㅠㅜ..."라고 팩폭날린거랑...
어느날 저 데이트하고 있는데 전화와서 여보세요 하자마자 "우후후후~~정년님 잘 하고 있어요?ㅇ 웅우후 ♡♡♡♡♡ 후ㅁ후후~~~~"
이런 다이얼로그 자체가 의진님이고, 그런 의진님을 난 넘 좋아행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낰 ㅋㅋ ㅋㅋㅋㅋ
너무 감동받아서 신랑한테 읽어줬어요
같이 한해 마무리중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항상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남자를 만나기를 기다렸거든요. 음악, 음식, 영화, 책 전부 다. 근데 6명을 만나고 나서야 그나-마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정년님이 연애사업에 더 열중하셔서 정말 제짝같이 좋은 사람 정년님의 순수한 에너지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꼭 만나셨으면 해요.
정년님이 주는 에너지는 정말 좋아요.
특히 감정과 감성쪽으로!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정년님 :)
입사 후 다섯달 정도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다. 입사할 때 면접을 본 대표님과 디자이너님은 기대되는 요소보다 우려되는 요소가 많아 반대표를 던졌다는데, 마케터인 EJ님이 나를 적극 지지했다고. 나한테는 기획력이 반짝이는 사람보다 글을 더 잘 고쳐주고, 표현을 맑게 가다듬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나는 경쟁자 에디터 두명을 물리치고 2020년을 브랜드 에디터로 보낼 수 있었다.
여전히 모자란 게 많은 에디터지만, 내가 브랜드 에디터로서 열달을 무사히 보낼 수 있던 건, 선임으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EJ의 말끔한 스케쥴링, 동료를 포기하지 않는 다정함, 상대방을 기분좋게 만드는 명랑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무례한 사람에게는 단호하지만 상냥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장난스런 모습을. 나는 퍽 많이 닮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것을 베시시 웃으며 먼저 물어봐주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며 이번 주도 제가 한수 크게 배우고 갑니다. 슨배님...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