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목표하는 수준까지 나를 끌어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의 수준으로 목표를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법륜 스님>
<브레이브 걸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 역주행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랜 기간 무명으로 있다가 해체의 순간까지 간 아이돌 그룹이 어떻게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인기 정상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유튜브 없이 일반 대중 매체로 승부해야 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안 되면 그만 두면 되고 또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그런데도 안 되면 그만 두면 되지 좌절할 일은 아니다. 대개는 한두 번 시도하다 안 되면 좌절하는데 어쩌면 그것은 열 번 정도 시도해야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법륜 스님>
어떤 일을 강렬하게 하고 싶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보면 그 외의 일은 눈에 안 들어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야가 좁아진다. 자동차를 천천히 운행할 때는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고속도로에서 거의 시속 150 정도로 달리면 오직 앞만 보이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에 나온 시이다.
“ 내려올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
올라갈 때는 왜 그 꽃이 보이지 않았을까. 눈에 정상이라는 한 곳만 보이기 때문이다. 정상을 향해 숨을 헐떡이며 오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멀리 보이는 풍광이 좋기도 하지만 가까운 주변을 살펴보면 그냥 지금까지 올라오며 지나쳤던 바위나 흙, 풀과 잡목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어쩌면 그것이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감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상에서 보이는 먼 경치들은 눈만 가는 것이지 정작 손이 닿는 것은 않는다.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은 그냥 산 아래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돌멩이나 풀 한 포기, 걸터앉은 바위 한 덩이일 뿐이다. 이걸 얻으려고 그렇게 힘들게 올랐나 싶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정상은 이내 내려와야 하는 곳 아닌가.
“열정적으로 하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열정적인 게 나쁘다고 할 수도 없어요. 소가 풀을 뜯듯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열정적이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게 그냥 하는 겁니다.” <법륜 스님>
점심을 먹고 산책 겸 걷다가 ‘고산자 김정호 기념비’를 만났다. 그곳 약현동이라는 곳이 김정호가 살던 곳이었다 한다. 조선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걸어서 온 천하를 누비며 자신의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어렵사리 지도를 만들어 나라에 바쳤더니 적에게 나라의 지리를 상세히 알리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곤장을 맞고 돌아온 인물이다. 그의 기념비를 보며 드는 생각은 한 인간의 열정이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그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였다. 그나마 고산자 김정호는 죽어서라도 인정을 받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열정을 불태우다 조용히 사그라졌을 것이다. 10년 동안 열정을 불태웠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자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고 취업을 위한 한국사 시험 준비를 했다 한다.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 아이돌 그룹의 열정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대중의 인기는 그야말로 운때가 맞아야 얻는 것인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외부에만 두었다면 그 불확실한 연습생의 기간들을 얼마나 견딜 수 있었을까. 그래도 10년을 군부대 위문공연을 다니며 만난 군인 팬들이 그들을 견디게 한 힘이었을까 싶다.
“저는 그 시절 민주화가 된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요. 만일 나의 학생운동으로 민주화가 되리라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안될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을 자기 비하의 감정에 빠져 살아야 할 것 같아서죠” <유시민>
어떤 일을 길게 오래 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이지도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게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인턴을 시작한 딸이 퇴근해서 나에게 했던 말이다.
딸 : 아빠, 어떻게 매일 출근을 30년이나 했어?
나 : 글쎄다. 그냥 하다 보니 30년이나 되었네.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