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5. 디지털 디톡스 기간

by 장용범

휴대폰을 분실했다. 주말 동안 강원도를 다녀오던 중 일어난 일이다. 상경길에 잠시 들렀던 카페에 두고 왔는데 다행히 주인장이 보관하고 있음은 확인했으나 차를 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지나온 터였다. 택배로 받기로 했지만 이틀 정도 휴대폰 없이 생활을 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게 된 셈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말 그대로 전자기기의 독성을 뺀다는 말로 휴대폰의 얽매임에서 좀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어제는 휴대폰 없이 보낸 첫날이었다. 하필이면 휴대폰 지갑에 사무실 출입카드도 있다 보니 출근을 해도 혼자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분명 직원인데 출입 단말기에 나를 확인시킬 방법이 없다. 휴대폰 없는 하루를 보내 본 느낌은 다소 이중적이다. 처음엔 불안하더니 급한 연락이면 사무실 전화로 하겠거니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인다. 저녁쯤 되니 이것도 과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아예 정기적으로 휴대폰 없이 지내는 날을 정해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는 이동통신의 모든 것을 체험해 본 세대이다. 이동통신은 삐삐라는 호출기부터 시작했다. 허리춤에 달고 다니다 삐삐 거리면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아 호출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씨티폰이란 것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지는 못하고 거는 기능만 있는 반쪽 전화기였다. 삐삐로 호출받고 씨티폰으로 전화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그것은 서울이나 광역시급 도시에서만 가능한 통신수단이었다. 그다음이 011, 016, 017 등 2G 폰으로 대변되는 시대가 열리더니 애플의 아이폰 출현 이후 급격하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왔다. 그게 불과 30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제는 휴대폰으로 외국에 사는 동생과 무료로 화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트 등 SNS의 발달로 사람들 간의 네트워킹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고 유튜브 방송을 하는 등 개인의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확대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지만 한시라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 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중독 수준이면 거리를 좀 두는 게 좋긴 하다.

휴대폰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내가 테트워크에서 단절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머릿속에는 지인들의 전화번호가 남아있지 않아 이처럼 연락도 없이 한동안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잊히겠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휴대폰은 전화기로써의 기능은 제한적이었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음을 깨달았다. 음악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문자나 글을 써서 올리며 강의를 듣고 때로는 줌으로 세미나도 참여했다. 쇼핑도 하고 특정 기능에 대한 전문가를 찾아 일도 맡기는 등 나의 스마트폰은 그동안 전용 비서 역할을 해 왔음을 알게 된다. 불과 지난 30년이 이럴진대 향후 30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지 흥미롭고 궁금해진다. 지구 상의 인간들은 정말 대단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