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명동을 갔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번화가지만 가게마다 썰렁한 느낌과 곳곳에 폐점의 표시를 붙여 둔 곳도 제법 있었다. 서울 명동이 이러하면 다른 지역의 상권들은 어떤 상황일지 가히 짐작이 간다. 벌써 4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의 1/3이 지나는 현 시점에 돌아보면 지난 해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일상이 많이 바뀌긴 했다. 마스크, 온라인 쇼핑, 택배, 모임자제, 화상회의, 이른 귀가, 재택근무, 기본소득, 여행금지등 이전에는 예외적이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그냥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 같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이다. 극복할 수 없는 조건들은 적응하며 사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에 모니터로 비치는 회사의 영업실적을 보니 전년대비 거의 곤두박질치는 수준이다. 코로나 이후 줄곧 빠지고 있는 실적은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이맘때 영업현장에 있으면서 무너지는 영업조직에 본사의 긴급지원을 요청하며 속을 태우던 때가 생각난다. 결과적으로 별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그 덕분에 영업현장을 벗어나 후선에 배치될 수 있었다. 처음엔 회의감도 짙었지만 이렇듯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지금까지 현장에 있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진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도 되는 법이다. 요즘은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편이다. 하루하루 실적이라는 숫자로 평가 받는 일이 그만큼 마음 고된 일이었나 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니 나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마스크를 챙기고 온라인 상의 활동들이 익숙해 지고 있고 업무도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졌던 현장과는 달리 사전 검토하는 루틴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으로 보면 형식만 좀 달라졌지 평온한 상황인데 그럼에도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마치 폭풍전야 같이 고요한 느낌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라는 큰 변화의 쓰나미가 다가오는데 정작 나는 너무도 평온하다. 회사라는 든든한 울타리 덕분이다. 그런데 주변 환경들은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거리의 텅빈 점포들, 뭔가를 억누른채 너무도 조용한 사람들, 꺽이지 않는 코로나 상황 등 어떤 큰 판이 바뀌는 느낌은 드는데 주변이 너무도 조용하다는 느낌이 든다. 글쎄, 나만 그리 느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