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좋아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와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진행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슈펠리움은 주체적 공간이라 하여 내가 온전히 놀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면 공간의 확장에 대한 욕망도 커지는 것 같다. 회사에서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사장실이 가장 크고, 부자들은 큰 집을 구입하거나 고급 승용차, 개인 사무실 등 자신의 공간을 소유하는데 많은 돈을 쓴다. 그래서 권력이나 부를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공간을 많이 가졌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공간을 소유하려는 욕구는 강한데 그 비용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집값은 비싸다. 이는 서울에서 자신의 공간을 하나 소유하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더라도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그런데 두 교수의 말을 듣다 보니 꼭 돈이 있어야 자기 공간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만의 슈펠리움을 가진다는 것은 그곳에 가면 내가 편안해지는 장소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버스의 뒷좌석이 그러하고 어떤 이에게는 그 공간이 사무실의 옥상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커피값이란 비용을 내고 멋진 인테리어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공간을 누리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공간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첫째, 내가 편안해지는 공간 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새벽의 거실, 아침 산행 중 지나치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의 벤치, 회사 근처의 카페, 도서관의 창가 자리 등 생각보다 내가 편안하게 누리는 공간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이제는 그런 공간들을 발견하면 리스트를 작성해 두자.
둘째, 천천히 걸어보기
공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는 것이지. 걷기는 공간을 재발견하는 행위이다. 매일 지나가는 출근길이지만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걸어가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보게 된다. 사는 곳 근처를 별 목적 없이 산책하는 것도 좋은 공간 활용법이 된다.
셋째,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 하나 확보하기
집이 회사 근처다 보니 가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편이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며 온전한 나만의 휴식을 취하고 온다. 평일에 일을 하는 회사가 휴식공간이 되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오히려 익숙하기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나의 시간차를 이용한 공간 활용법이다. 자주 가는 집 근처 카페도 좋고 도서관의 창가 자리도 괜찮다. 도서관이 꼭 책을 보러 가는 곳은 아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이 가득한 서가 속에서 노트를 끄적이는 사치스러운 시간을 누려도 된다. 자주 이용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나만의 공간이 되어 간다.
넷째, 자동차에 접이 의자나 돗자리 싣고 다니기
운전을 하다 보면 꽤 괜찮은 장소를 지날 때가 있다. 급한 길만 아니라면 차를 세워두고 경치를 즐기고 가는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다. 쉬어간들 어떠리.
꼭 비싼 돈을 들여야 자신의 공간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공간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고 그것을 발견해 내는 관심이다. 코로나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공간 이용에 제약은 따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꽤 근사한 공간들이 많이 보인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