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네가 선택하고 책임도 져라

by 장용범

인생이란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를 내가 책임지면 돼요. 그래서 원망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습니다.

<법륜 스님>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참 간단할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마음만 낸다면 말이다. 문제는 선택은 내가 해놓고 책임은 안 지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 보니 삶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는지. 물론 그 때문에 많은 변호사들이 먹고사는 것이겠지만 세상에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저녁의 습하고 더운 날씨에 뒤척이다 밤바람이나 쐴 겸 집을 나섰다. 천천히 아파트 주위를 도는데 골목에 못 보던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배달전문 찜닭집인데 아마 최근에 오픈한 모양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안에 젊은 사장 둘이서 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이 비쳤다. 이런 코로나 시국에 청년들이 가게를 연 것도 대단한 용기다 싶어 그냥 개업기념 매출이나 올려주고 싶어 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외라는 눈치다. 배달전문이라 내방고객은 드문 모양이었다. 주문을 하고 20분 정도 기다리니 찜닭이 나온다. 개업 3일 차라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사장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그의 눈빛에서 삶의 의욕을 보았다. 계속 잘 되었으면 싶다.


찜닭을 들고 집에 오니 하나는 스터디 카페에서 다른 하나는 학원에서 돌아온 딸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자격증과 토익 스펙을 준비하느라 늦게까지 공부하고 온 아이들과 찜닭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지치고 힘든 모습에 안쓰런 마음도 있는데 보아하니 자신들의 이런 준비가 의미가 있는 건지 회의도 생기는 모양이다. 무언가를 한다고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이 짊어진 짐이다. 그냥 좀 큰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나에게 스쳐 지나간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 1

그는 군생활을 함께 한 ROTC 동기였다. 서울의 명문대 출신으로 80년대 선망의 직장이던 대기업 증권사에 미리 합격을 하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제대할 즈음 증권사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그는 당시 새로 설립된 은행에 입사를 했다. 서울 출장길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어떤 아무라가 느껴질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IMF로 그 은행은 문을 닫았고 그 친구는 지금껏 연락이 끊긴 상태이다.


친구 2

그도 역시 나와 같이 군생활을 한 동기였다. 지방대 국문과라는 애매한 전공으로 나와 함께 현 직장에 입사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나는 합격하고 그는 떨어졌다. 나중에 듣자니 보험사에 입사해 영업을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보험사에서 만난 여자 친구가 경제적 지원을 하고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한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고 승승장구하여 지금은 신망받는 총경으로 근무하고 있다.


친구 3

그는 대학 동기였다. 80년대 당시 조경은 건축이나 토목의 공사규모에 비해 아주 미미했었다. 그런데 그는 그중에서도 설계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우직함은 익히 알지만 건축사무소 유지도 어려운데 조경설계만으로 밥벌이가 될까 싶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대한민국 조경업계에 설계 감리부문의 큰 인물이 되어 있었다. 당시는 꿈만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던 그가 참 무모해 보였는데도 그렇다.


인생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과거와는 달리 계층 간 격차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앞 일은 알 수 없다는 게 경험으로 체득한 나의 지혜다. 그러니 지금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고민할 일은 아니다. 살면서 느끼는 건 인생은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선택이 힘들어도 남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잘 되면 몰라도 안 되었을 때 후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책임도 기꺼이 안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좋다고 앞으로도 좋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어렵다고 앞으로도 어려울 거라는 확신도 없는 게 우리 삶이다. 법륜 스님은 지금 좋은 것은 재미난 것이고 앞으로도 좋을 것은 유익한 것이라 했다. 인생은 재미도 있고 유익한 게 좋은 법이다. 이는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