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선선한 바람을 느끼니 뜨거운 태양이 기세를 올리기 전에 시원한 한강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를 몰고 싶어 졌다. 가끔 이렇듯 즉흥적이다. 언젠가부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마음 끌리는 대로 하는 것도 괜찮다고 여기기로 했다. 이는 지금껏 갈등의 상황에서 무언가를 정하는 기준으로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집 주위 따릉이를 찾아보니 몇 개 남지 않았다. 괜찮은 자전거는 다 빠지고 다소 낡은 자전거만 보인다. 개 중 나아 보이는 것을 택해 가다가 한 코스 앞의 대여소에서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낸다. 하지만 거기 도착하니 딱 한 대가 남아있다. 타던 자전거를 얼른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를 대여하려고 시도하는데 이게 영 접속이 안 된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잘 안 되시나 봐요?”라며 방금 내가 타고 온 자전거를 대여해 가버렸다. 이것을 일컬어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고 하나 보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대여소를 향해 걸어간다. 10여 분 걷는데 이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난다. 시작부터 꼬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들은 일부러 운동삼아 걷기도 하는데 스스로 기분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싶었다. 마음을 이리 내니 걷는 것이 괜찮아졌고 걸으면서 주변을 좀 더 보게 된다. 이 상황으로 나에게 던지는 메세지가 하나 있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간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어떤 마음을 낼 것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렸다.
그렇게 다시 대여한 자전거로 이른 아침에 한강변을 달린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강호에는 역시 고수들이 많다.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 공원에 접어들었다.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을 포장해와 공원 벤치에 앉아 먹는다. 일요일 아침 나 혼자 소풍을 즐기는 셈이다. 공원을 자전거로 한 바퀴 휙 돌고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느긋한 여유를 부린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내가 세상을 참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확 밀려온다. 그냥 좋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기서 두 번째 메세지를 던진다. “행복이란 주변에 널려 있지만 마음이 엉뚱한 곳에 가 있어 안 보일 뿐이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아내에게 점심은 메밀국수로 내가 준비하겠다고 연락하고는 그 길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근처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오는 길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메밀국수 만들겠다는 놈이 육수용 다른 재료는 다 사놓고 정작 메밀국수를 빠뜨렸음을 알았다. 돌아가려니 덥기도 하고 그냥 집으로 가던 길을 갔다. 나도 어이가 없는데 아내는 오죽할까. 결국 한 번 더 발걸음을 한다. 메밀국수 없는 육수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여기서 던지는 세 번째 메세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잘 빠뜨린다”이다. 돈, 직위, 명예, 인기 등은 메밀국수의 육수재료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은 메밀국수가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서서 회사로 향했다. 오늘은 대학원 가을학기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로 원우회 활동 소개가 나에게 주어졌다. 줌으로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휴일의 조용한 사무실만큼 좋은 곳이 없어 보였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정리하고 순서를 잡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되었다. 교수진까지 꽤 많은 분들이 접속을 했다. 순서 마지막 Q&A 시간까지 마치니 비로소 하루가 끝난 느낌이다. 그제야 주변 동료들의 빈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방금 줌으로 일본 도쿄에서까지 접속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쳐서인지 한데 모여 일하는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그러고는 오늘의 마지막 메세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세상은 변한다. 어떤 변화는 무시해도 되지만 어떤 변화는 내가 적응해야 할 변화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변화는 내가 적응해야 할 변화이다. “회장님, 줌 다룰 줄 아시죠? 알아서 진행하시고 저는 나갈게요”. 앞 진행을 맡았던 조교의 한 마디가 내가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할 이유를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