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동조합인 녹색지대의 8번째 조합원이 되었다. 저소득층의 집을 고쳐 주고 청소, 방역 등의 일을 하는 단체이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은 관(官)의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민간의 힘을 빌어 해결하고 일정한 보수도 받는 단체이다. 봉사단체와 일반기업의 중간 성격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엄연히 기업이다 보니 관(官)에서 주는 일만 하지 않고 스스로 자생적 기업활동을 병행한다. 지난주 집수리 학교의 첫 강의에 참여 후 젊은 이사장으로부터 녹색지대 협동조합이 하는 일과 비전을 들었다. 상당한 공감이 되었고 그분들과 뜻을 함께 하고 싶어 정식 조합원으로 등록을 했다. 조합원은 조합의 사업에 기여하는 만큼 정산을 받는 구조인데 그 기여란 것이 구청에서 지정하는 저소득층 집을 방문하여 집수리와 청소, 방역 등을 하는 일이다. 조합원으로 가입은 했지만 그분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고 싶어 주말 청소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나중에 들어간 신입이 빨리 적응하는 방법으로 기존 사람들과 땀을 함께 흘리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음을 아는 까닭이다.
우리 집 청소나 하지라는 아내의 타박을 뒤로하고 일요일 아침 집을 나섰다. 청소에 참여한 조합원은 이사장과 나를 포함 4명이었다. 장소는 할아버지 혼자 사시는 1인 노인가구로 북아현동 반지하에 살고 계셨다. 현관문을 여니 방 하나, 거실 하나의 구조인데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싶다. 안방은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고 냉장고에는 상한 음식들이 남아있다. 담배를 태우시는지 안방 문에는 누런 때가 잔뜩 끼어있다. 한 마디로 당황스럽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으니 이사장이 집 밖으로 들어낼 것들을 지정한다. 부피 나가고 무게 있는 것들을 일단 집 밖으로 들어내는 작업부터가 청소의 시작이란다. 그 사이에 두 분의 여성 조합원들은 방과 거실 겸 부엌 청소를 하고 있다. 안방과 화장실의 누런 때를 지우니 원래의 색이 드러난다. 싱크대 손잡이가 본래 까만색인 줄 알았는데 그게 은색이 되어가는 게 신기하다. 여성 분들이 마무리하는 동안 이사장과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저소득층의 여러 집을 청소하러 다녀 본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잘 살다가 망한 집은 표가 나요. 일단 옷과 액자가 많더군요. 그분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 살아가며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죠.”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분들 집을 치울 때 힘든 일 중 하나가 버리는 것에 동의를 얻는 거죠. 한사코 버릴 수 없다는 거예요. 좁은 집에 물건들이 가득해 넘어질 것 같은데도 주인은 한사코 버리지 않겠다는 걸 보면 연민의 마음도 생기죠.” 마무리됐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막 방역을 한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방역기계로 여기저기 소독하고서 독거노인의 집 청소를 마무리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한 때문인지 온 몸이 뻐근했다. 사람의 일은 모른다더니 집의 전등 하나 제 손으로 고치고 싶어 신청했던 집수리 기술학교가 나를 사회적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까지 이끌었다. 청소를 함께 했던 분들과 점심을 먹으며 앞으로의 내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사장은 지난주 첫 만남에서 나의 은퇴가 머지않았다는 얘기에 반가웠다고 한다. 현재 조합에는 사무와 기획 등의 흐름을 컨트롤하고 관공서에 제출할 사업제안서 작성이나 회의 참석, 발표 등의 일이 꽤 많은데 그 일을 할 수 있어 보여서라고 했다. 헐, 생각도 못한 은퇴 후 일할 기회를 제안받은 건가. 사회에 도움도 되면서 일한 만큼 소득도 생기는 사회적 기업의 일은 은퇴 후 하기에 매력적인 일이긴 하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크라스키노 포럼의 김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내부 회의를 거쳤는데 포럼 운영의 일정 역할을 부여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누가 은퇴 후에는 할 일이 없다고 했을까. 부족한 사람을 그리 쓰시겠다니 이 모두가 감사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