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살아남는다는 것

by 장용범

살아남는다는 말은 절박함의 표현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시대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사의 갈림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돈은 분명 많이 풀렸고 이들 돈이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대체 어디에 가 있는 걸까.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시장에 잔뜩 몰려 있고 쌀 같은 생필품 가격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다. 국내만 그런 게 아니다. 해외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제 집의 소유 여부에 따라 극복하기 힘든 계층이 만들어진 것 같고 주식시장의 폭락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돈이 저렇게 풀린 걸 보면 당분간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전쟁이나 정치적 격변만 아니라면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나의 상사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는 분이시다. 개인적으로는 선후배 관계이기도 한데 요즘 심경이 다소 복잡한지 엊그제 월급날 도토리가 다섯 개 남았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도토리는 월급을 의미하는데 은퇴를 앞둔 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본인의 마음은 소주 한 잔 하고 싶지만 코로나 4단계로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퇴근 무렵 저랑 소주 한 잔 하시자는 말에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난다. 지방에서 서울로 단신 부임하신 분이다. 내년 임원 승진을 위해서는 인사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저녁에 사람을 만날 수 없는 현 상황이 많이 답답한 것 같았다. 둘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자니 가뜩이나 사람 없는 저녁 장사에 안면 있는 주인장이 합석을 했고 몇 가지 서비스가 더 나온다. 마칠 때까지 다른 손님이 안 드는 걸 보면 술집이 오히려 코로나 청정지역 같았다.


살아남는다는 표현을 빌면 나의 상사는 올해가 지날즈음 임원으로 승진해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녁시간 내내 한 테이블만 채웠던 저 식당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위에는 문을 닫은 집들도 꽤 보여 가게가 본인 소유인 줄 알았더니 그도 아니란다. 마음을 비운 탓인지 소주 한 잔 비우는 주인장의 허허로운 모습이 오히려 애잔하다. 이에 비해 밀려드는 일거리에 바쁜 사람들도 있다. 지난주 가입한 녹색지대 협동조합의 카톡방은 하루하루 메시지로 가득 찬다. 구청에서 의뢰 오는 저소득층 집수리, 청소, 방역 일거리가 이어지고 있고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 교환 메시지들이다. 주중이라 동참은 못했지만 이사장과 몇몇 조합원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쓰나미가 지나가면 어떡하든 살아남은 자는 고개를 내밀 것이고 죽은 자는 파도에 이리저리 떠 밀려다닐 것이다. 이 시기엔 내가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급여 생활자라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땐 나에게 월급 주시는 분께 감사를 드려야겠다. 그런데 누구에게 감사드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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