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득 하위 88%에 대한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한 번 돈이 왕창 풀릴 예정이다. 돈을 저렇게 마구 풀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가 자꾸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나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너무도 간단한 이치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라도 해야 하는데 정작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 돈들은 대부분 부자들에게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빈부격차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만다. 결국 정부가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어 없는 사람에게 나눠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잘 기능할지 모르겠다. 금리를 올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큰 부자들이 걱정하기보다는 빚을 잔뜩 내어 부동산 구입한 애매한 사람들만 죽어날지도 모른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 말로는 큰 부자들은 수익을 많이 내기보다는 원금 손실을 싫어하는 안정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지키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건데 당연한 말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으니 샤워장의 모든 수도꼭지에서 재난지원금이라는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이 물은 결국 욕실 바닥으로 떨어져 한 군데로 모이는데 그곳이 배수구이다. 그 배수구가 부자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을 운영하거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쩌면 재난지원금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산소호흡기를 급히 들이댄 거나 다름없다. 이 코로나 경제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도 싶다. 그 와중에 돈은 넘쳐난다. 지금 시중에는 돈이 얼마나 풀려 있을까? 2021.5월 기준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현금이나 요구불 예금인 본원통화 M1은 1,264조 정도, 2년 미만 예적금처럼 잠시 대기하고 있는 자금들은 3,379조 규모였다. 도합 4,643조이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규모가 558조라고 하니 정말 어마 무시한 돈이 대기하고 있다. 이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고 증권으로 가면 주식이 오를 것이다. 한눈에 봐도 모든 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금 이 돈들은 호시탐탐 투자의 출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경제가 어떻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할까. 돈이 부족한 곳에 돈이 흘러가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중학교 화학 시간에 삼투압을 배운 적이 있다. 삼투막인 셀로판지를 중간에 두고 왼쪽엔 소금물, 오른쪽엔 맹물을 두고 시간이 지나면 양쪽 모두 덜 짠 소금물이 되어 있었다. 경제도 그럴 것 같다. 돈이 많이 모인 곳이 소금물이라면 없는 곳이 맹물인 셈이다. 여기서 둘 사이의 막이 중요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살려면 내부에서 농도 진한 소금물로 남아서는 경제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 같다. 그래서 외부로 흘러가야 한다. 수출이 되었 건 투자가 되었 건 그래야 내부의 경제가 안정될 것 같은데 이미 교역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유일한 예외 국가가 있는데 북한이다. 저 나라는 지금 삼투막이 아니라 아예 유리막을 치고 있어서 이곳의 짠물이 흘러 들어갈 여지가 없다. 만일 저 막이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삼투막 정도로 바뀐다면 저곳의 풍부한 자원, 개발여지가 많은 국토 등을 볼 때 우리의 자본이 들어갈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경제불안은 남북교역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최근 남과 북 연락선이 복원되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기회로 양 국가가 서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