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라는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의지와 같은 말이다. 일상에서 내가 하는 행동들을 내 의지대로 한다고 여기는데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간에겐 의지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즉, “자유의지란 없다”이다. 이건 좀 이상하다. 내가 산에 가고, 쉬고 싶지만 일하러 가고, 누구를 만나는 이 모든 것은 내 의지대로 하는 일인데 그게 내 의지가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어떤 실험이었는지 알아보니 fMRI를 통해 인간의 뇌를 연구하니 오른손을 들어야지라는 의식을 하기 전에 나의 뇌는 오른손을 들라는 명령이 먼저 일어나더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지는 무언가에 의해 조종을 받는다는 것인데 그게 뭘까? 붓다는 ‘조건’을 말씀하신다. 학생이 아무리 공부를 해야지 하고 결심한다고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조건이 갖춰질 때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일보다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겠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데 안 하던 것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하는 일이니 일단 거부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방법은 그 행동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기 싫다는 마음이 있지만 일단 알람이 울리면 밖으로 나가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운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의 경우를 보면 작년 코로나로 20년 넘게 해오던 아침 헬스를 본의 아니게 중단하고 찾은 대안이 아침 산행이었다. 그전에 산행을 싫어했던 이유는 헬스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산행은 일단 나가면 정해진 시간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매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알람이 울리면 비가 와도 우산을 받쳐 들고 산에 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역시 익숙해지면 하기가 수월한 법이다. 그리보면 지금 나의 과제라 할 현재에 집중하는 것도 계속 연습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중독의 속성은 어떤 것을 너무 많이 했다는 데 있다. 많이 했다는 것은 익숙하다는 것이고 생각이 개입할 여지도 없이 자동으로 다시 가 버리는 것이 중독이다. 알콜중독자가 술집에서 술을 안 마시기는 불가능하니 술집이 보이면 멀리 돌아가는 등 물리적으로 조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이 간다. 마음은 어딘가에는 가 있고 가는 곳으로 길이 나는 속성이 있으니 중독이 그토록 고치기 힘든 이유이다.
‘일체유심조’라 하여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긴 하지만 마음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한다. 붓다는 이 몸도 느낌도 의지도 내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내 것이라면 아프고 싶지 않은 데 아프고 우울하고 싶지 않은데 우울하며 해야 하는 데 하기 싫을 리가 없다. 다만 조건에 따라 생겼다 사라질 뿐이라는 말씀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조건을 만들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일이겠다.
참고) 전현수 박사 “마음테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