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의의’와 ‘의미’의 구분

by 장용범

“의의(意義)는 우리의 ‘머리’로 이해득실을 판단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의미(意味)는 ‘마음=몸’에 의한 감각이나 감정의 기쁨에 의해 인식되며 여기에는 ‘맛본다’는 느낌이 포함되어 있다”_<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중에서


의의와 의미는 비슷한 말인 것 같은데 달리 쓰이는 말이다. 위의 구분에 의하면 앞으로 의의와 의미가 혼동될 일은 없겠다.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마음보다는 머리가 앞서는 행위 같은데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하고 말고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돈이나 지위 등 머리로 계산할 수 있는 것에 둔다면 할지 말지를 구분 짓는 것이 참 간단하다. 돈이 되면 하고 아니면 않는다. 나에게 도움이 되면 하고 아니면 만다라는 명확한 기준이 선다. 그런데 세상에는 “돈도 안 되는 저 짓을 왜 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라는 감정이 이끄는 주관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그걸 왜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그냥 하고 싶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시간 대부분은 의의를 추구하는 데 사용된다. 눈만 뜨면 일터로 나가고 월급날을 기다린다. 만나는 사람들도 도움이 되는지 따져 보고 나의 시간을 들일지 말지를 생각한다. 이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의 가치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돈이나 지위로 드러내어 상대로부터 가치 있는 존재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이것을 ‘인정’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이런 삶에 점점 지쳐 가는 것 같다. 더구나 지금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내가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니 지금껏 추구해온 삶의 방식에 혼란도 생기는 것 같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나 싶어 8시간 일하던 것을 10시간, 12시간으로 늘려 보아도 여건은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다. 어쩌면 지금은 큰 흐름이 바뀌는 시기일 수도 있는데 이는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지금껏 추구해 왔던 것들과는 좀 다른 것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배부른 소리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처럼 해도 안 되지 않던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참고 견디면 좋은 시절이 온다는 말도 있지만 좋은 시절이란 무엇인가? 예전처럼 벌 수 있는 시기를 말하는가.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이 의의가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달라졌다면 어떨까. 지금도 좋은 시절이 될 수 있다. 나의 느낌과 감정,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이 모든 것이 의미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좀 기다려 보는 거다.


지금 안 되는 이것에서 한 발 뺀다는 것이지 나의 모든 것을 접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남들에게 보일 외부의 가치들이 아닌 내면의 가치들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이다. 지금은 더 열심히 살 때가 아니라 힘을 축적하며 때를 기다려야 할 시기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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