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미래의 일하는 방식

by 장용범

코로나 이후 많이 달라진 직장 분위기를 통해 미래의 일하는 방식을 생각하다 어쩐지 많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보험설계사들의 일하는 방식과 비슷해 보여서다.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미래의 일을 가늠해 본다.


첫째, 고정된 일터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면만큼 몰입도는 없지만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다. 비대면이 주가 되고 대면이 보조적이라면 회사가 사무용 부동산에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 각자 일하다 만남이 필요하면 카페나 공간을 빌려 정기적 미팅을 가지면 되고 이후 식사하고 헤어져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화이트 칼라의 일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는 설계사들에게 이미 익숙한 방식이다. 그들에겐 현장이 일터이지 사무실은 오전에 잠깐 머무는 장소일 뿐이다.


둘째,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낮다.

설계사와 회사의 관계는 주고받는 게 확실하다. 내가 영업하는 만큼 회사로부터 받아야 하고 당당히 그 사실을 주장한다. 만일 보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데 이는 직원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는 설계사들이 갈 수 있는 보험회사나 대리점은 늘려 있기에 굳이 특정 회사에 충성을 다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설계사에게 회사는 지극히 사업적인 파트너인데 자신의 영업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 수수료 체계를 갖추었다면 남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설계사들은 개체성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로 출근하는 날이 줄어들면서 직원들도 회사와 개인의 관계를 독립적으로 보게 되었다. 회사는 나와 근로계약을 맺은 갑을 관계에 불과함을 인식하는 것 같다.


셋째, n 잡러 가 되기도 한다.

설계사들이 보험영업 한 가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도 면에서는 떨어지겠지만 영업이라면 상조부터 다단계까지 다양한 일을 겸업하는 경우가 있다. 미래의 일도 이렇게 변모할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 집에서 주식을 하든 비트코인을 하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n 잡러라고도 하는데 미래는 자신의 일이 한 회사에 소속된 한 가지 일만 하리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


넷째, 마음 맞는 이들끼리 무리 지어 다닌다.

설계사는 자신을 관리해 주는 관리자에게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직장을 이직할 때는 관리자와 조직 단위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관리자는 자신을 믿고 오는 만큼 설계사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 팀 단위 이동시에는 좀 더 좋은 조건을 위해 회사와 협상하는 대표적 위치에 서기도 한다. 그래서 관리자도 회사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독립된 사업자로 대하는 게 맞다. 역시 미래에는 일반적인 일의 경우에도 이런 경향이 예상된다. 팀 단위로 일하는 경우라면 회사는 저 조직이 팀 단위로 이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간단히 언급해 보았지만 코로나로 바뀌는 일터의 분위기가 보험업계에서는 이미 익숙한 일상으로 보여 그리 낯설지가 않다. 미래의 우리 일터는 어쩐지 설계사의 일하는 방식으로 변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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