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

by 장용범

세상살이는 복잡하게 보면 그만큼 복잡한 게 없고, 단순하게 보면 또 그만큼 단순한 게 없는 것 같다. ‘인연 과보’라는 말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이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애당초 손해 볼 짓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지만 탐, 진, 치로 대변되는 욕심과 화냄, 어리석음으로 원인은 스스로 짓고 그 결과에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불교 공부를 처음 시작하고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며 느낀 점은 부처의 가르침은 철저하게 자신을 바로 보자는 것이고 이는 자칫 상당한 개인주의로 여겨졌다. 지금껏 피상적으로 알던 불교의 종교적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좀 더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다 보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레 지니게 되지만 그 마저도 가능하면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라’는 게 원칙이다. 여기서 남이란 가족도 포함된다. 모르는 사람들이 머리 깎은 스님들과 기와집의 사찰 모습으로 거리감을 두지만 내가 보기엔 불교의 가르침만큼 현대인의 성향에 맞는 종교도 드문 것 같다.


이전에도 남의 일에 간섭은 않는 편이었는데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고는 더욱 그런 성향이 되고 있다. 이건 냉정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인데 남의 인생을 내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해 보여서다.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간섭이 심해지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각자의 일에 서로 지나치게 간섭하여 생긴 부작용일 것이다.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불편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아주 효과적인 방편도 하나 얻게 되었다. 세상에는 가스라이팅 같은 사람들이 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라고 한다.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경험도 쌓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가스라이팅 같은 사람들도 어러 있다. 왠지 그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나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고,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사람들이다. 별로 좋은 인간관계는 아니다. 이에 대한 아주 간단한 처방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가스라이팅 같은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그 사람의 이름이 뜨면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하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 거릴지도 모르는데 아예 번호를 지워버려 너를 내 인생에서 날린다는 의미를 둔다. 또한 그로부터 전화가 와도 이름이 안 뜨니 “누구시죠?”라고 묻게 되고 이는 처음부터 그의 작업을 어긋나게 하는 행동이다. 누구나 자기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세상이다. 교묘하게 남의 에너지를 빼가고 그의 노예 같은 삶을 강요하는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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