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한창 일할 때인 30-40대에 만난 인연들인데 그 사이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소중한 인연들이다. 우리들 중 막내가 올해 오십이라기에 깜짝 놀랐다. 내가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들에게만 세월이 멈출 수는 없었겠지. 서로의 나이를 확인하고는 웃고들 말았다. 대화는 자연스레 은퇴로 넘어갔는데 조기노령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기노령연금은 1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이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먼저 받는 만큼 연금액은 좀 덜 받는 식이라서 그간 여기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나이가 되면 정상연금을 받겠거니 했는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연금 조기수령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말인즉 노후와 돈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국민연금을 정상적인 나이로 받는다면 육십 대 중반에 받게 되지만 문제는 은퇴 후 소득 공백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였다. 그렇다고 평생 사무직으로 일했던 우리들이 업을 전환한다고 예전만 한 직업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당연히 일의 질도 지금보다는 떨어질 텐데 은퇴 후에도 너무 돈에 매달려 사는 삶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바엔 삶의 질을 위하여 연금을 조기 수령하여 소득의 일정 부분을 메우는 것이 낫다는 얘기였다. 예전에 연금관리공단의 강사로부터 국민연금에 관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연금 수령 방식이 무척 다양함을 알게 되었는데 좋고 나쁨은 없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된다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에는 50대가 되다 보니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 중 치매나 만성질환으로 노년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 있다. 보통 70대 이후부터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니 그나마 왕성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은퇴기 초반의 삶을 질적으로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백세 인생이라는 말을 하고 은퇴자금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지만 냉정하게 보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70대 중반을 넘기면 급격한 쇠퇴가 일어난다. 결국 노후자금을 모으는 것이 젊은 시절 아끼고 저축하여 말년의 병원비를 모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면 은퇴자금계획도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건강이 허락하는 75세 정도까지만 계획 잡고 나머지는 너무 심각하게 고민 않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젊을 적 열심히 모은 돈을 결국 병원에 갖다 줄 바에야 그간의 노력과 시간의 가치가 너무 허망해 보여서다. 앞으로 20년 후면 나라의 복지도 어느 정도 받쳐 줄 것이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뭐 그리 큰돈이 들어갈까도 싶다. 80대의 병원비에 대해서 지금 걱정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어차피 영원히 사는 게 아니라면 수명이 75세라고 해도 큰 아쉬움은 없을 것 같아서다. 아이들은 40대에 접어들 나이고 경제활동은 이미 끝낸 지 오래이다. 이후의 시간들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낼 일만 남았다면 뭐 그리 아쉬움이 있을까 싶다. 그러니 75세 이후도 살아있다면 덤으로 여기도록 하자. 옛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50대는 늙어감과 사생관에 대해서도 자신의 분명한 가치관을 세워야 할 시기임을 알게 되었다.
참고) 조기노령연금
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입한 사람이 소득이 없을 경우 55세부터 신청해서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말한다. 일찍 받는 만큼 금액적으로 불이익은 따르는데 55세에 받으면 정상연금의 70%, 56세는 76%, 57세는 82%, 58세는 88%, 59세는 94%를 평생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