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뿐

by 장용범

남편 : 놀러가자.

아내 : 안돼, 애들 기말고사 기간이야.

남편 : 당신이 시험치는 것 아니잖아?

아내 : 철딱서니 없기는. 학습 분위기 망친다니까.

남편 : 그럼 애들 몰래 놀러갔다 오자.

아내 : 그래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심리학자 허태균의 강의를 듣다가 본인의 경험담이라는데 집집마다 참 흔한 풍경이구나 싶었다. 그의 아내는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하라고들 한다. 그러나 사실 대학을 가기 위해 굳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 나라는 대학 지원자 보다 정원이 훨씬 여유가 있으니까. 다만 원하는 대학에 가려니 어려울 뿐이다. 계속된 그의 이야기다. ‘우리는 열심히 하라는 얘기만 들었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들은 적이 없어 방향을 잃고 있다. 사실은 잘못된 방향을 선택한 것도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건데 이 사회의 분위기가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도 가혹해 보인다.’


내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지 시켜서 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공부하겠다면 지원은 해주었다. 어릴적 내 어머님은 자녀 공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확고하셨다. ‘좀 수월하게 살려면 공부하고 아니면 말아라.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살아지게 마련이다’. 말씀처럼 사람은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어떻게든 살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좀 수월하게 살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도 신빙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대학을 나왔다고 수월하게 사는 것도 아니어서다. 그렇다고 공부 안하면 그 정도도 못 산다고 할테지만 이것도 과연 그럴까 싶다. 좀 수월하게 산다는 게 뭔가. 육체적 고생이 덜한 사무직으로 근무하면 좀 수월하게 사는 것이다. 내 어머님은 그렇게 보신 것 같다. 이렇듯 모두가 사무직, 화이트 칼라를 원하다 보니 현장 숙련공의 인건비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이제 공부하여 얻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공부하지 않는다고 좋은 직업을 얻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대기업들은 공개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 경력채용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게 필요하다.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어 어필 할 수 있어야 이력서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유튜버 영상을 보다가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사범대학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임용시험에 떨어진 한 여성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나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은가’. 그 후 그녀는 가르치는 일을 하기 위해 학원 강사가 되었고 그렇게 모은 돈 5,000만원 으로 직접 본인의 학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다. 어쩐지 그녀는 뭔가 할 것 같다. 자신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드는 중이라서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이제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보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할 게 없다면 지금 내 눈 앞의 쉬운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세상에는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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