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찍어 누르시겠다는 거죠.”
내가 왜 이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다. 요즘 하나의 제도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 감사 이후 기존의 영업 관행을 바꿔야 할 일이 생겼다. 영업부서와 개선의 공감대는 형성되었으나 시행과 함께 타격이 있을 것이 분명해 가능하면 뒤로 미루자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내부 논의를 거쳤으나 미룰 일이 아님을 결론짓고는 강행하기로 했다. 이내 나오는 말이 힘으로 찍어 누른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더라도 현 제도와 시스템 수정 없이는 회사에 더 큰 손실이 예상되기에 진행해야 했다. 이럴 때가 참 어렵다. 서로 상반된 입장의 이슈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노사관계나 정치인들처럼 사회의 시끄러운 곳들을 보면 양편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처음부터 완전한 만족을 얻기란 불가능한 것이 협상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사안에 따라 한 치의 양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는 새로운 법이 시행되고 그에 맞춰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이므로 제도에 적응하기까지 영업 현장의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 같다.
제도나 시스템은 이상한 속성이 있다. 분명 사람이 만들었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구속력을 가지고 사람들은 그에 길들여진다. 그리고 그 제도를 한 번 바꾸고자 하면 여기저기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마치 개인의 습관과도 많이 닮아 있다. 다른 말로는 성격, 천성, 까르마(업)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불가에서는 ‘없는 법을 함부로 만들지 말고, 있는 법을 함부로 없애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고 없앨 때는 신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2년 전 일본은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겨냥하여 한국에 소재와 부품 수출규제를 급작스레 발표했다. 그로 인한 “No! 일본, No! 아베” 운동은 전국적으로 전개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당장 일본에 가서 빌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으나,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치)산업 육성으로 대응한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2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에게는 산업 재편성의 기회가 되었다. 반면 일본은 지역 여행객 감소와 수출 산업 위축 등 이중, 삼중고를 거치고 내각 수상만 세 번째 바뀌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의 정치권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인은 냄비 근성이 있어 금방 식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가 봐도 참 오래가는 분위기다. 제도를 잘못 적용시킨 사례이다. 제도는 가능하면 안 만드는 게 좋고, 그래도 만들었다면 철저히 지키고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