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 스스로 괴롭히지 말자

by 장용범

불가에서는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를 영어로 옮길 때는 Pain과 Suffering으로 구분 짓는다. 둘 다 괴로움, 고통을 뜻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의미이다. Pain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괴로움이라면 Suffering은 그 괴로움(Pain)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해서 생긴 괴로움이다. 이는 인간이기에 살면서 Pain은 겪을 수밖에 없지만 Suffering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 사람이 암 선고를 받았다. 삶의 시한이 6개월 정도 남았다고 한다. 이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고통이 따른다. 암이라는 병에 따른 고통(Pain)과 그로 인해 생명이 남은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고통(Suffering)이다.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괴로움이나 고통은 대개 이런 식이다. ‘인간은 왜 괴로운가’에 대해 정신의학자 전현수 박사는 정신의학과 불교의 관점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 나를 구성하는 몸과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이상한 말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내 몸이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 나는 아프고 싶지 않은데 아프고 늙고 싶지 않은데 늙어간다. 마음은 내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 역시 아니다. 하루 중 내 마음이 얼마나 자주 변하는지 생각해 보라. 마음을 내가 조절한다기보다는 그냥 좋았다 싫었다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여기서 괴로움(Pain)이 생기게 된다.


둘째, 세상은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따라 움직일 뿐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함께 러시아 문학 세미나를 듣는 자산운용사 대표의 이야기다. 자신은 직장생활을 꽤 잘하다가 독립을 한 경우인데 독립 당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재산을 정리하니 28억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10여 년 정도 자신의 사업을 하며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장부상 가격이 15억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처분했던 아파트 세 채의 가격을 보면 지금 71억 정도가 되었더란다. 그는 대체 자기가 뭘 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세상일이란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세상의 원리대로 움직이는데 여기서도 우리의 괴로움(Pain)은 생겨난다.


셋째, 내가 스스로 괴로움을 만드는 경우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로 오는 괴로움(Pain)들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Suffering)은 다스릴 수 있다. 암 선고를 받고 남은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스스로 괴로워하며(Suffering) 살다 갈 수도 있겠지만 적게 남은 시간을 더 잘 보내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암에 걸린 미국의 어느 할머니는 평생소원이었던 대륙 횡단을 자동차로 하며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히려 우리의 괴로움은 첫 번째 화살(Pain)보다 두 번째 화살에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갈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암이 걸리고 싶지 않지만 암에 걸린다. 퇴직금을 탈탈 털어 잘 되는 식당을 인수했는데 코로나가 와버렸다. 이들 괴로움(Pain)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히는(Suffering) 일은 오직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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