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by 장용범

주말에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추위의 공격이다. 서둘러 긴 팔 옷을 찾게 된다. 어릴 적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사계절이 있는 줄 알았다. 그 후 지구 상에 사계절이 뚜렷하게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남반구에선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정반대의 사계절이 있다거나 좀 더 북쪽의 나라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내가 경험하는 세계에 익숙해지면 다른 세계도 나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한계이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은 각 당의 후보자들이 치열하게 예비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본선은 시작도 않았는데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에는 그리도 점잔을 빼던 사람들이 마지막엔 거의 개싸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선거의 속성이겠지만 후유증이 심할 것 같다. 선거는 누군가가 죽어야 남은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는 면에서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닮았다. 결국 선거라는 제도는 애당초 개싸움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과가 나온 후에도 깨끗한 승복보다는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이 이어지니 이기고도 깔끔하지가 않은 게 선거이다. 지금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만일 저 자리가 개인에게는 큰 불행의 자리임을 알게 되더라도 저럴까 싶다. 대통령이 되고 임기를 마치면 이내 감옥에 가야 하고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는 자리임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저 선거를 하고 싶을까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리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권력에 있어서는 부모 자식 간에도 칼을 겨누는 상황이니 그래도 할 것 같긴 하다.


사업을 하느라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늦깎이 결혼을 한 후배가 있다. 사업도 잘 되고 남 부러울 게 없다 여겼는데 늦게 얻은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았다. 내색은 않았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걱정하는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어차피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어려우니 음악 중에서 국악으로 진로를 잡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내가 예전에 가야금 배운 것을 아는 터라 했던 얘기였을 것이다. 가야금보다는 거문고나 아쟁이 맞지 않겠냐고 했지만 아이를 걱정하는 후배의 고민이 느껴졌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상살이는 지금 좋은 것이 나중에도 좋다는 보장이 없고 지금의 어려움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꽃필지 알 수 없다. 불과 지난주까지 여름옷을 입고 다녔는데 갑자기 추워지는 거나,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 저렇듯 기를 쓰지만 나중은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후배처럼 늦은 나이에 행복을 찾아 결혼했는데 자폐 판정을 받은 아이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 등을 보면 우리에게 인생이란 결과는 알 수 없고 오직 그 과정에만 관여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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