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은 안쪽에 문고리가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다가갈 것 같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기회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내 마음의 문고리를 열어야지 남이 내 마음을 어쩔 수는 없다. 가끔 ‘내가 왕년에는’이라며 과거의 성공에 머무는 사람을 본다. 분명한 건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건 현재는 별 볼일 없다는 뜻이다. 지금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과거의 성공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노인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청년은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어떤 연구 보고서에는 나이 든 사람이 미래를 자주 이야기하면 외양도 젊어진다고 하니 한 번 실험해 볼 일이다.
퇴근길에 조사역 한 분이 지난 일 년의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하셨다. 그분은 작년에 퇴직을 하시고 올 초에 계약직으로 재입사를 하신 분이었다. 그 말을 받아 좀 더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고 하니 ‘금방 지날 거야’라며 웃으신다. 오후에 금감원의 감독관으로부터 다소 언짢은 전화를 받고 보니 마음 한편에 쌓인 게 있어 나왔던 말이었다. 퇴직이 일 년 정도 남았는데 감당해야 할 일들이 자꾸 커지고 있다. 내년에 부서 인원을 더 배치한다고도 하고 권한도 강화될 것 같지만 별로 달갑지가 않다. 전역이 얼마 안 남은 말년 병장에게 새로운 임무를 자꾸 떠 안기는 느낌도 든다. 회사는 나에게 이중적인 존재이다. 한편으론 너무도 감사하지만 못지않게 스트레스와 상처를 많이 받은 곳이다. 지금의 업무와 권한이 너무 쏠린 것 같아 부서를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수용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의 상황들을 보면 남은 기간 동안 직장생활의 뒤를 추억하며 왕년에를 읊조리는 꼰대 신세는 아닐 것 같아 다행이다.
1인 창직학교 정은상 교장의 ‘시장을 만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은퇴 후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시장을 내가 만들고, 내 직업도 내가 만들며, 내가 나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강의 중에 나온 말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남들과 경쟁하거나 다른 회사에 들어가 다시 나와야 될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스스로 직업을 만들어 시장을 만들어 보라는 말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바쁘면 번아웃이 되지만 너무 한가해도 우울증 같은 것이 생긴다. 지금의 업무도 가볍지는 않지만 예전의 역동적이던 영업관리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여유는 있는 편이다. 적어도 일에 있어서는 예방주사를 세게 맞은 셈이다. 다만 일의 성격이 과거와 상반된 정적인 일이라 다소 답답함은 느끼고 있다. 성향상 나는 시끌벅적하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데서 성취의 보람을 느끼나 보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일은 어쩐지 끌림이 있다. 50대의 창직은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돈에 관한 자신의 기준이다. 돈을 더 벌겠다고 하면 창직은 좀 맞지 않다. 실험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날리기라도 하면 노후가 고생길이다. 그러니 돈은 벌면 좋고 아니어도 할 수 없다는 다소 내려놓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일 자체에서 보람과 자신의 가치를 느끼겠다는 마음이면 적당할 것 같다. 다음으로 자신의 경력과 경험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식으로든 도움은 되겠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제한시켜 버린다. 돈과 과거의 경력에서 좀 자유로워지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널려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그 일은 오래 했으니 다른 새로운 일은 없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기업 은퇴자나 평범한 주부였던 사람들이 책의 저자가 되고 강사가 되어 활력 있게 자신의 시장을 발굴해 가는 모습에서 창직이란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얼마나 좋은 디지털 환경인가. 마음의 창은 안쪽에 고리가 있다 하니 이왕이면 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자. 이제는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에서 좀 벗어날 때도 되었다. 지금껏 그 일은 너무 오랫동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