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시니컬함일 수도 있지만 나는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란 말에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편이다. ‘힘없다’는 것은 이런저런 사실들을 근거로 판단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착하다’는 것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나 대중으로 부터 선택 받고 싶은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는 ‘착하다’는 수식어 때문에 봉사할 대상을 대폭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힘없는 사람들은 착할 것이란 프레임이 심어져 있는 것일까? 이것은 어떤 영웅을 내세울 때 그 배경이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면 대비효과로 그의 돋보임이 더 강렬하기 때문은 아닐까?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가 “저는 당선되면 부자와 사회적 엘리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할 이상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통해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운영도 하면서 느끼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 정리해 본다.
첫째, 힘없는 개체들은 숫자가 많고 힘있는 개체들은 숫자가 적다.
조직내에서 힘없는 자들은 무리를 짓는 경향이 있다. 노동조합 처럼 협동, 단결 등의 구호로 개체의 약한 힘을 모아서 크게 만든다. 초원의 가젤 무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반면 힘있는 자들도 무리는 짓지만 개체수는 적은 편이다. 다만 야생에서는 그 위치가 고정이지만 인간 조직은 피라미드 상의 이동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올라가도 결코 오를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하는데 재벌가와 같은 패밀리의 구성원은 될 수 없다. 요즘의 사회적 이슈는 계층의 고착화에 있다. 지금까지는 패밀리는 아닐지라도 피라미드상의 이동은 어느정도 가능했는데 이 마저도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있어서다. 같은 고등학생이라도 서울과 지방의 학력 격차가 다르고,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과 강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둘째, 실력없는 자들이 기득권자라면 그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어 새로 유입된 자들을 배척한다.
이론상으로는 조직이 더 성장하려면 능력있는 자를 유입하고 그들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내 그들만의 골품제도를 만들어 무리짓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두 회사가 합병되었거나 기존 회사에 외부인력을 대거 유입해야 하는 상황이면 조직 내 갈등이 첨예하다. 조직 내 이런 분위기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유입된 자들에게 강요하게 된다. 문제는 절의 규칙이 이상해도 절밥이 좋아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몇 능력있는 중들은 다른 절로 가버리는데 있다. 특히 절의 주지를 다른 절에서 데려오는 건 조심해야 하는데 절의 주인이 따로 있는 경우에만 효과적이다. 오너 기업의 경우는 외부 CEO영입이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공기업의 경우는 임기제 CEO의 한계가 드러나 CEO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특히 노조가 강한 조직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하다. 최근 오너기업인 롯데쇼핑이 경쟁사인 홈플러스에서 CEO를 영입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조만간 롯데에 엄청난 직원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 것이다. 오너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법이다.
셋째, 이기적인 구성원들이 많을수록 실질보다 형식에 매이고 부분합이 전체합보다 적은 경우가 생긴다.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더 크게 하자는 취지인데 이기적인 구성원들이 많을 수록 비용만 더 들고 성과는 부족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1을 10번 더하면 적어도 10 이상을 만들어야 조직을 구성하는 의의가 있는데 그 이하라면 그 조직은 존재의 가치가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런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데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신축보다 어려운 이유와 같은데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의 마음은 이중적이다. 조직이 이렇게 가서는 위험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개인의 무력감 때문에 스스로의 껍질을 더 두껍게 가져 간다.
착하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힘없는 자들의 무리는 부분합 보다는 전체합이 더 커야 한다. 그렇지 못한 조직은 서서히 무너져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