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혹시 쓰레기는 아닐까

by 장용범

집에 약간 처치 곤란한 물건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피아노이다. 꽤 넓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거들떠보지도 않는 물건이다. 아니 3학년 정도까지만 띵똥 거리다 그 후론 학교 공부에 휘둘려 멀리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 물건은 거의 13년이나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거실에서 잘도 버티고 있다. 나에겐 버려야 할 쓰레기로 보이는데 아내에겐 여전히 피아노로 보이나 보다. 아내에게 저 물건이 피아노가 아닌 쓰레기로 분류되면 그제야 거실을 벗어날 것 같다. 이처럼 같은 물건도 달리 보이는 법이다.

미니멀리즘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소유를 최소화시켜보자는 이즘(-ism)이다. 지본주의는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물은 물인데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진다는 의미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살아가는데 이 물건들이 다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대부분 실제 내용물보다 몇 배는 더 큰 포장에 싸여 있다 보니 구입과 동시에 쓰레기를 만들기도 한다. 저 포장들만 없어도 상당량의 쓰레기가 줄 것 같다. 원숭이 꽃신이라는 동화처럼 신발 없이도 잘 다니다가 한 번 꽃신을 신고 나서는 그 편리함에 적응되어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가진다는 것은 무언가를 나의 지배하에 둔다는 의미이다. 민법에는 물권법이란 것이 있다. 물권이란 특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정의된다. 이 ‘배타적 권리’라는 것에서 소유의 욕망을 엿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부자는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겠다. 남들을 배제하고 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더 많이 누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냐이다. 만일 내가 가진 것들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쓰레기를 잔뜩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롯데의 신격호 회장이 나란히 염라대왕 앞에 섰다. 대왕께서 하문하신다. 너희들은 무엇을 가졌는가라고. 이건희 회장이 자랑스럽게 시가총액 20조 정도 되는 삼성전자 주식이 있다고 하자 신격호 회장은 좀 쑥스럽게 롯데지분 1조 정도라고 했다. 그 말에 대왕께서는 이러시지 않을까. 여기서는 죄다 쓰레기라고.

나는 가질 만한 것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쓰레기를 가지고 있을까. 요즘 부쩍 내 주변에 뭔가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 미니멀리즘을 기웃거리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