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 뉴스 없이 사는 생활

by 장용범

‘정신 사납다’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뭔가 왕왕거리고 어딘가에 집중을 방해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즘 분위기가 딱 그러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 유튜브, 각종 SNS, 신문 등 모든 보이는 것에서 얼마나 왕왕거리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다. 상대에 대한 비방이 도를 넘어 온갖 녹취 파일이 공개되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현 상황을 더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무슨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운동인가 싶다. 이럴 땐 많이 아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이다. 요즘은 안 그래도 신경 쓸 것이 많은데 내가 왜 저런 쓰레기 같은 정보들을 주워 담아야 하나 싶어 뉴스나 정치 관련 소식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많은 정보를 가지면 더 똑똑하고 현명한 결정을 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이 여러 잡음 속에 정작 내게 필요한 메시지를 놓칠 수 있어서다. 사실 뉴스가 나에게 도움 될 게 뭐가 있을까 하면 별로 없는 것 같다. 선거의 경우 누군가는 될 것이고 설령 그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공동체 다수의 선택이라면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이니까. 금융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경제 뉴스의 경우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수출이 잘 된다고 하여 내 통장에 돈이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삼성전자의 분기 이익이 사상 최고를 찍었다고 해서 나의 삶이 달라지는 것도 없다. 이번 오스템 임플란트 사건도 그렇다. 뉴스는 그 직원의 횡령 규모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선정적인 타이틀을 내걸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내가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은행 현금거래 시 자금세탁이나 불법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고 외감 업체는 기업의 회계 감사를 받게 되는데 대체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가 1,800억 원 규모를 계좌로 움직여 이 정도의 횡령이 이루어질 정도면 우리의 금융감독 시스템은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실 뉴스의 대부분은 내 영향력 밖의 일들이다. 수년 전 그 사실을 깨닫고는 그 후로 뉴스를 안 보고 지낸 지 꽤 되었다. 그렇다고 내 생활에 어려움이나 불편을 겪는 것도 없다. 오히려 내가 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고 마음도 평온해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아니라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통계, 보고서 등이다. 뉴스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은 일단 밝지가 않다. 뉴스거리는 원래 그런 것이다. 누군가 별일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의 험한 사건과 사고를 전달한다. 크면 클수록 뉴스거리로는 더 좋다. 개가 사람을 문 것은 뉴스거리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뉴스가 된다. 뉴스를 끊고 나서 처음엔 다소 불안했던 면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 문제없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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