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 안궁’,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줄임말이다. 주로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TMI(Too Much Information)를 전해 들을 때 ‘안물 안궁’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부서의 큰 행사 하나를 마쳤다. 참석자가 백 명 정도 되는 행사였지만 줌을 활용한 라이브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정작 행사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분주하게 오가는 방송팀과 행사를 주관하는 우리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이 행사의 관건이었는데 그간 준비하던 실무자 간의 조율이 잘 되어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현장 참석자는 10명 내외여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음을 느낄 수는 없었다. 이래서 방송이 어려운 거구나 싶었다. 어제의 행사가 있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던 직원이 있었다. 당초에는 담당 책임자가 있어 전체 행사를 조율하고 이끌었는데 행사 전날 가족의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당하는 바람에 갑자기 실무자가 전면에 나서서 마무리 지어야 했다. 퇴근 무렵 그 직원에게 저녁이나 먹이자 싶어 의사를 물으니 가겠다고 한다. 맥주를 건넸더니 연달아 들이키는 걸로 보아 긴장을 많이 했었나 보다.
세상일은 갑자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냥 앞사람을 따라갔는데 갑자기 이끌어야 할 경우도 생기고 평지를 걷고 있는데 그냥 미끄러지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대처능력이다. 돌발상황에 대해 그나마 대처를 하는 방법은 기본 계획은 지니고 있되 거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 100% 완벽한 계획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제의 경우도 오전까지 행사 연기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강하게 밀어붙인 경우였다. 잘 끝나서 다행이지 꼬였다면 욕을 바가지로 들을 뻔했다. 그 직원 못지않게 나도 긴장되었던 하루였다.
아직 평직원인 그와 단둘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데 나에게 물어볼 게 있다고 한다. 올해로 부서 전입 2년 차인 그에게는 작년과 많이 달라진 부서 분위기를 느꼈는지 내가 취한 조치들의 배경을 궁금해했다. 적어도 ‘안물 안궁’은 아닌 것 같아 조만간 승진도 해야 할 그에게 조직관리 팁을 하나 전해 주었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한 해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일이 연초 인사발령에 따른 업무분장과 자리배치이다. 이것만 잘 세팅해 두면 한 해 업무는 그냥 돌아간다. 누구나 어려운 일은 하기 싫고 나이나 직급에 따른 적절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며 개개인의 성향상 좋아하는 사람과 불편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팀과 파트를 나누는 것을 포함하여 지금의 세팅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특정 직원에게 좀 무리한 요구를 해야 할 경우에는 개별 면담을 진행하는 등 사전 정지 작업도 했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도 무시 못한다. 자리배치는 업무의 효율도 감안하지만 차기 승진에 대한 부서 내 서열을 공유하는 면도 있어 함부로 배치해선 안 된다. 같은 직급이지만 공간으로 서열을 결정하는 방법은 부서장의 자리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이다.
이런 고민까지 고려한 업무분장이고 자리배치였음을 들려주니 그제야 의문이 좀 풀렸나 보다. 자기보다 입사가 빠른 선배가 왜 이번 자리배치에 불만을 표했는지, 새로운 업무에 반발할 것 같았던 사람인데 왜 조용히 수긍하고 받아들였는지 등이 그동안 궁금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런 고민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좋아하고 성과만 낸다면 출근은 선택이라는 게 평소 생각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법이다. 그는 나의 조직 관리 팁 하나를 단시간에 전수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