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렀던 신촌이었다. 라오 상하이에서 차를 마시다 오후 무렵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자 조용히 빠져나왔다. 집으로 바로 오려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할 겸 이대 쪽으로 방향을 잡아 천천히 걸어갔다. 여대 근처의 상권이라 늘 붐비는 곳이지만 방학이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이라 조용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2차선 도로가를 걸어가는 동안 내가 봤던 풍경은 이곳이 내가 알던 이대 앞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상점은 평균 세 곳 중 두 곳이 비어 있을 정도였고 영업을 하는 곳도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코로나가 자영업자에게 미친 영향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비어있는 상가들을 보니 이건 건물만 그대로지 폭격 맞은 것과 뭐가 다를까 싶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은 이 한 겨울을 어떻게 견디고들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거리를 지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냥 납작하게 엎드려 코로나라는 폭격기가 조용히 지나가기를 숨죽여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가 싶다.
코로나 오미크론 확진자는 연일 그 수를 갱신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들어온 지인은 자신이 본 미국의 오미크론 대응과 비교할 때 지금의 대응은 너무 과하다고 했다. 미국은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이제 감기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고, PCR 검사도 선택 사항이며 설령 검사 후 확진 판정이 났다 해도 4일 격리 후 그냥 일상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대응을 해서는 자영업자 다 죽이자는 거나 진배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내 부서에는 가족 중에 확진자가 생겨 일가족 모두가 재택 격리 중인 직원이 있다. 안부를 물을 겸 연락을 취했더니 하는 말이 가족들의 격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코로나가 물러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데 가족 중 한 사람이 확진되면 일가족이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이 조치는 너무 부당하다고 했다.
어떤 이야기든 일리가 있는 밀이다. 코로나 변이가 약해졌다고 하니 이제는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대선 정국이니 아무래도 새 정부가 들어서야 그런 조치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 너무도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본다. 인간은 상대에 대한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다 여겨지면 우울감을 느끼며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야말로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코로나 2년을 지나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꼭 그런 상태일 것 같다.
이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백신을 만드는 최전선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고, 거리 두는 정도만 할 뿐인데 이 정도를 유지하며 무기력 속에 빠지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내면의 평정함으로 들어가야겠다. 일단 뉴스부터 끊자. 매일매일 좋은 이야기보다는 우울한 이야기만 쏟아내는 뉴스를 끊는다고 내 삶이 달라질 건 없다. 그리고 집에서만 지내지 말고 시간을 정해 산책 나가는 걸 일상으로 삼자. 사람들과의 만남도 포기하지 말자. 다만 전화나 화상으로 수다를 떠는 수준이어야겠다. 가능하면 수동적인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능동적인 독서나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최근에는 글쓰기 관련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소식도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하는 중이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