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부스트 샷을 맞는 날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집 근처 의원에 갔더니 명단이 없다며 다시 조회해 보더니 이번 주가 아니고 다음 주라고 했다. 이것 때문에 휴가도 내었는데 대략 남감했지만 간호사의 한 마디에 힌트를 얻는다. “어쩌죠, 잔여 백신도 없는 상황이라.” ‘오호라, 잔여백신을 알아 봐야 겠다.’ 마침 근처 병원에 잔여백신이 뜨기에 그 곳에서 3차 접종을 잘 마쳤다. 새삼 우리의 코로나 대응 시스템에 감사함을 느꼈다. 아예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발생한 바에야 대처를 잘 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대통령이 오미크론에 잘 대응하기 위한 국민적 인내를 요구하는 담화를 들었을 땐 웬지 반발심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확진자가 하루에 만 명씩 늘어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60세 미만은 자가치료를 해야 한다. 이건 이미 통제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증상도 초기 코로나 처럼 강한 수준이 아니라 하니 이미 여러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 수순으로 가고 있다. 지금이 60-70년 대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각 나라 코로나 대처 상황을 다 아는데도 대통령은 코로나 초기의 성공적 대응을 한 번 더 하자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내 생각이 틀렸길 바라지만 선거를 의식해서 코로나를 활용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 정도 확산세면 오미크론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냥 감기수준이라 여기고 함께 하면서 스스로 지나 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누르면 튀어 오른다. 코로나 봉쇄도 이제는 서서히 풀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선거 후에나 풀릴 것 같다.
코로나 상황의 2년을 보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자연현상은 인간이 만든 디지털 기계처럼 예스와 노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은 아날로그다. 서서히 왔다가 오래 머물다가 서서히 지나가기에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의 정서가 적응하기에 영 불편하다. 코로나가 언제 와서 언제까지 머물고 어느 시기가 되면 싹 사라진다. 이것이 디지털 관점에서 희망하는 코로나 사태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다. 2,996명, 이 숫자는 미국이 뉴욕 한 복판에서 9.11 테러를 당해 사망한 사람의 숫자이다. 577만 명, 이번 코로나로 사망한 미국인의 숫자이다. 9.11 테러가 났을 때 미국은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해서는 전쟁을 일으킬 대상이 없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전쟁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분쟁,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미중 갈등,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등등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의 씨앗이 꿈틀대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의 북한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는 바가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는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획득한 돈 456억원은 다른 사람들이 희생한 피의 댓가이다. 그리고 그것을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정작 그 돈으로 뭘 한다는 얘기는 없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지 못했기에 코로나가 왔고 백신을 만든 제약회사들은 또 다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어제 내가 맞은 화이자라는 백신을 만든 회사는 그 주가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 배는 뛰었다. 인간이 각자의 욕망을 절제하고 자연이나 타인들과 조화롭게 살 수만 있다면 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겠지만 당장 그럴 일은 없을것 같다. 3차 부스트 샷을 맞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