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를 조금 아는 입장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모든 보도가 한결같이 미국과 나토는 정의의 편이고 러시아는 악의 무리라고 평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러시아는 악인들만 사는 나라이고 미국은 항시 정의의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사람들만 있는 영웅적인 나라인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널리 퍼진 할리우드식 문화 콘텐츠에 젖어있다 보니 이렇듯 편파적인 보도를 접해도 비판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얘기가 있지만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너무도 미국이나 유럽 시각의 프로파간다식 뉴스만 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는 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새로 생긴 나라이다. 그 나라 내 동부지역인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곳에는 많은 러시아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러시아계는 우크라이나 인구의 20% 정도를 점하고 있고 그들의 언어나 정서는 80%를 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과는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소수민족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러시아계가 대부분인 크림반도의 크림 의회는 2014.3월 주민 90% 찬성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하여 크림공화국이라는 독립국가를 수립하여 러시아 연방으로 편입되기를 원했고 푸틴은 이를 승인하여 크림반도 최종 병합 절차가 완료되었다. 다만 이것을 유럽연합이나 우크라이나 정부, 미국은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9.5월 러시아어 사용 금지를 명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 가뜩이나 중앙정부에 반감이 강한 러시아계 사람들은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로 기울게 된다. 미국이나 유럽이 정의의 편이라서 지금의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러시아 역시 하나의 국가로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언론들은 이처럼 편향된 보도만 나오는 것일까? 대부분이 미국이나 친 서방 위주의 보도를 받아 전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사태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보도는 필요하다. 미국은 정의이고 러시아는 악의 무리라는 이분법식 사고로는 냉엄한 국제정세를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사례지만 이처럼 미국 위주 국내 보도의 편협함을 조금이나마 균형 잡아 보자는 것이 ‘유라시아 평론’이라는 웹진 발간 추진배경이다. 거대 언론들과 이를 받아 떠들고 있는 유튜버들 속에서 그 목소리가 얼마나 어필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어제는 이런 취지로 이미 활동하고 있는 buyrussia21의 대표와 전화 접촉을 하였다. 한국일보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이력으로 신문사 은퇴 후 자신이 직접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러시아 관점에서 현지 소식을 국내에 알려온 분이었다. 향후 제휴와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해서 협업을 하기로 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앞으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