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온갖 자기 계발 책들을 읽고 저녁시간에는 상사들의 술자리에 어울리며 꿈인지 욕망인지 모르는 어느 지점을 향해 달려갔었다. 그곳에 가면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좋을 것 같았다. 좋으니까 모두가 가는 것이라 여기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는 아무나 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주 일부의 사람만이 가는 자리임을 알게 되면서 급속히 흥미가 떨어졌다. 그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는데 나의 시야가 회사를 벗어나 주변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다. 꽤 오랫동안 회사를 전부인양 여기고 그 안의 사람들과 폐쇄적인 관계를 맺어 왔지만 그 후로는 재미와 흥밋거리를 찾아 그곳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났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할 때 최고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50대에 은퇴까지 앞두게 되니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 같아서다. 이제 죽자 사자 몰입하는 프로의 세계는 관심에서 점점 멀어진다. 대신 어떤 일에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아마추어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마추어는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일단 그 일을 즐기며 한다. 재미와 즐거움은 아마추어에게 있어 그 일을 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프로는 최고를 지향하지만 설령 그 자리에 오른다 해도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높은 산을 등반할 때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너무 많은 과정들이 의미를 잃게 된다. 한 때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최선이란 의미 없다고 여긴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정이 생략되고 얻은 결과는 허무하다는 것을 안다. 인생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과정의 연속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함께 한 시간들이 많을수록 느껴지는 의미가 달라진다.
요즘 나의 아마추어 일 중에는 국내에 러시아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 만드는 일도 있다. 따로 보수가 주어지는 일도 아닌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냥 재미와 끌림이 있어서다. 관련 위원들이 일의 진행을 전적으로 맡긴다고 하셔서 중간중간 진척사항만 알려드리고 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검토를 한 결과 아무래도 인터넷 신문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데 어제 도메인 등록 작업까지 마치니 이제야 신문사가 입주할 사옥을 하나 만들었다는 느낌도 든다.
www.eurasiareview.co.kr
www.eurasiareview.net
나머지 ‘. com’이라는 도메인까지 얻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 언론매체로 운영 중이라 아쉽지만 별수 없는 일이다. 이제 이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러 웹호스팅 업체 선정과 인터넷 신문사로 정식 등록하는 일을 진행 중이다. 재미와 흥미에 끌리는 아마추어의 일을 찾아 하다 보니 엉뚱하게도 내가 지금 신문사를 하나 설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아마추어가 좋고 앞으로도 아마추어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