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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 꼰대의 육하원칙

by 장용범

육하원칙은 일처리를 할 때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 툴이다. 그런데 꼰대의 육하원칙이 있음을 처음 알았다. 조직에서 원칙과 기본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꼰대를 꼭 부정적으로 봐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젊은 세대는 꼰대에 대한 험담이 상당하다. 일단 꼰대의 육하원칙으로 스스로를 평가해 보기로 한다.


who(누가) : 내가 누군지 알아?

when(언제) : 내가 왕년에..

where(어디서) : 어디서 감히!

what(무엇) : 네가 뭘 안다고..

how(어떻게) : 네가 어떻게 나한테..

why(왜) : 내가 그걸 왜?


대강 훑어보니 저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나의 꼰대 성을 내가 평가할 사안은 아니니 뭐라 말은 못 하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갓 입사했을 때 꼰대 선배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하나씩 떠넘기는 통에 나중에는 나도 폭발해버려 대판 붙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선배는 꼰대의 육하원칙 중 ‘where’와 ‘how’를 사용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어디서 감히..’ 그런 내가 이제는 어린 직원들에게 꼰대 소리를 들을 위치에 와 있다. 세월 참 빠른 거다. 그러고 보니 당시 꼰대 선배의 나이가 지금쯤 70대일 테니 어디서 태극기를 흔들고 계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긴 하다. 내가 보는 젊은 세대 중에도 꼰대들이 더러 보인다. 자신의 생각이 강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꼰대들, 대학 졸업을 한지가 언젠데 여전히 출신 대학을 내세우는 꼰대들, 팀이나 전체를 위한 기여에는 소극적이면서 개인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되면 조용히 투서를 넣고 보는 꼰대들도 있다. 이런 꼰대들 때문에 윗사람 노릇하기도 상당히 피곤하다. 한 번은 상당히 개성 강한(성질 더러운?) 상사가 있었는데 젊은 직원이 노조에 익명의 투서를 넣는 일이 생겼다. 이에 노조가 항의 방문을 하고 그 상사에게 강한 경고를 주는 민망한 일이 발생했다. 투서의 내용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내부 직원의 소행임을 알겠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당신, 아랫사람 관리 그것밖에 못해!’ 중간 관리자에게는 이 말이 참 피곤한 말이다. 원인은 본인이 제공해 놓고 사람관리 제대로 못한다며 욕은 내가 들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꼰대의 전형이었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쏟아낼 수도 없는 사안이라 혼자 조용히 삭히고 말았다.


직원들 중에는 자신이 부당하다 여기는 사안에 대해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차라리 이런 경우는 고마운 편이다. 상사의 입장에선 모두가 별문제 없이 근무한다 여겼는데 어느 날 준법 부서 등에 조용히 투서를 한다거나 상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점수를 낮게 매겨 인사부서의 경고라도 받게 되면 아무리 상사라지만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다.


이번에 자신이 근무하던 일선 사무소가 문을 닫게 되어 나와 다시 근무하게 된 직원이 있다. “어린 직원들에게도 말을 높이려고요.” 50대인 그에게 조금은 잡일인 서무 업무를 맡겨야 해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니 그가 했던 말이다. 그는 정말 부임 후 어린 직원에게도 말을 높였고 그 분위기는 사무실 전체의 기강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리다고 반말을 해대는 건 꼰대의 전형이다. 상사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어린 직원들을 존중하는 그를 보며 나이 들어도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방법은 상대를 존중하는 말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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