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네가 원하는 만큼 도와주지는 않아. 결국 네 문제는 네가 해결해야 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전시 중에 EU에 가입하겠다고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를 않는다. 군사동맹인 나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신들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도 거부되었다. 이 전쟁은 오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끝내라는 의미다.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최대의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무기를 대주거나 경제제재는 동참하겠지만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않겠다는 의미이다. 전쟁의 시작은 권력자가 하지만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는다. 하지만 그 권력자는 국민들이 선출했다. 인간에게는 파괴와 정복이라는 동물적 본성이 내재되어 있다. 오랜 기간 자신들이 애써 만들었던 삶의 터전들을 일순간 파괴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보면 인간의 이성은 동물적 본성에 비해 얼마나 나약한지도 알게 된다.
‘네 문제는 네가 해결하라.’ 이 말은 비단 국가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개인들도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그것을 책임이라고 한다. 어린 아이나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보호자나 공동체가 돌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하다.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선택은 다른 사람이 하고 너는 책임만 져라는 처사는 부당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안철수 씨가 TV에 출현해했던 말이 있다. 그게 올바른 정치인을 고르는 방법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뽑지 말고, 그 사람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지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보니 그런 말을 했던 본인도 말한 대로 못하는 걸 보여주었는데 이처럼 사람이 말한 대로 행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책임 있는 사람은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우직하고 답답해 보여도 그런 모습을 보이면 일단 신뢰는 얻는다. 비록 안철수 본인은 자신의 말대로 실천을 못 했지만, 사람을 고를 때 말은 조금만 듣고 말한 대로 실천하는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참 이상한 선거였다는 생각이 든다. 각 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데 국민들 의견보다는 당원들의 의견을 더 비중 있게 다루었고 현재 의회권력의 2/3 가까이 차지한 집권여당에게는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인데도 야당에게 정권이 넘어갔다. 혹시 그 이면에 그들이 말한 대로 하지 않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었던 국민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어찌 되었건 한 사람의 권력자가 새로 선출되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니 새 정권은 북한이나 주변국과도 잘 소통해서 이 땅에 전쟁의 위협만큼은 없도록 했으면 한다. 그게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