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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Power Shift 시대일까?

by 장용범

“앞으로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와 중국을 한 편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인도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진영입니다.”


단시일에 끝날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전 세계의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인플레의 위협이 심각했는데 이젠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와 곡물의 가격도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처럼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은 러시아와 직거래를 통해 이참에 값싼 원유를 수입하려 들 것이다. 경제제재가 러시아에만 고통을 주는 게 아니다. 미국이나 EU도 심각한 경기침체와 인플레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 달러 패권은 전 세계에 불안한 메시지를 하나 던졌다. ‘아, 모든 자산을 달러로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겠구나. 러시아가 그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도 스위프트 제재로 달러 자산을 동결시키니 자기 돈을 한 푼도 못 찾는구나. 위안화 같은 다른 화폐로도 가지고 있어야겠다.’ 미국은 달러 자산이 가지는 리스크를 스스로 전달한 셈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편에 붙어가고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중간의 기업들만 죽어날 노릇이다.


어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경제와 한러 경제협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한 가지 메시지는 건졌다. 어려워질 거라는 예상은 했던 바이고 다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는데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에 주목하라고 했다. 지난 30년 가까이 러시아에서 쌓은 올린 한국 제품의 마켓셰어를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공식적으로 막혀있는 러시아와의 교역 대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교역을 늘려 그 나라에서 우회적으로 러시아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구 소련 연방인 그들이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정치도 시진핑과 푸틴으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체제로 비슷한 모습이다. 서방이 아무리 제재를 해도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주면 헛심만 빼는 형국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 자체를 볼 게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당연히 물가는 오를 것이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오르면 거의 모든 것의 물가가 오른다고 봐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할 것이고 이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이 예견된다. 결국 아파트를 무리하게 대출받아 구입한 가계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다.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는데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가계부채가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있고 이자부담을 견디다 못한 가계들이 부동산을 던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을 구입하려면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기다리는 게 나아 보인다. 이번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에게는 큰 기회가 온 것 같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중국 관련 ETF가 유망할 수도 있다. 중국이 순순히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그들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바로 교역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현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긴밀하게 붙어간다. 세계지도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지금은 과거 조선시대 명청 교체기처럼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Power Shift 시대 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정부가 너무 미국에 쏠리는 외교 정책이어서는 안 될 텐데 이미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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