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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활동에 의미 부여하기

by 장용범

가만히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는 꼭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직장이 서울역에서 멀지 않고 주변에 구세군이 운영하는 급식소도 있다 보니 행색이 초라한 노숙자들을 가끔 본다. 그간 별다른 느낌 없이 지나쳤는데 한 번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자유롭고 어쨌든 먹고는 살고 있는 노숙자들은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일까?’ 사람이 세상에 나온 이상 시간이라는 것을 부여받았고 그중 상당 부분을 먹고사는데 필요한 활동을 하며 지내지만 삶의 기본과제가 해결된(?) 노숙자들은 오직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과제 같아서다.


퇴직 후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 못 하는 선배들을 본다. 대부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만두고 싶다고 하지만 막상 퇴직을 하면 직장을 다시 그리워한다. 안정을 향해서 그렇게 달려왔건만 막상 안정을 찾고 나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무료한 상황을 지겨워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에게는 원숭이처럼 가만있지 못하는 속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인간의 활동은 어떻게 구성될까? 멀리 볼 것 없이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놓고 보자.


*수면시간 : 6시간(24-6=18시간)

*직장 내 노동시간 : 8시간(18-8=10시간)

*식사 등 먹기 관련 : 2시간(10-2=8시간)

*출퇴근 시간 : 1시간(8-1=7시간)

*아침 산행 : 1시간(7-1=6시간)

*읽거나 쓰거나 : 2시간(6-2=4시간)

*나도 모르게 보내는 시간 : 4시간


대강 훑어봐도 24시간 중 육체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쓰는 시간들이 대충 17시간이다.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들이 거의 70%인 셈이다.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노숙자나 은퇴자들의 하루를 놓고 보면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는 모두 자유로운 시간들이다. 하루 중 대략 70%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건 일이나 활동에 관한 관점을 재정립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물질적 보상이 없으면 일을 않겠다면 하루 중 70%에 달하는 시간에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모두에게 물질적 보상이 따르는 일자리를 제공할 여건은 아니다. 동물원의 동물은 야생보다 빨리 죽는다고 한다. 돌고래가 야생에서 30-40년 산다면 동물원의 돌고래는 4년 정도 살고 만다. 가만있어도 먹고사는 게 해결되는데 대체 왜 그럴까? 생명체는 먹고사는 문제만이 다가 아니란 얘기다. 특히 지능을 가진 인간은 말할 것도 없겠다. 여기에 의미라는 것이 나온다. 의미를 추구하는 것, 비록 그것이 남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라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물질적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활동으로 이어질 만하다.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 산행하면서 정기적으로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도 이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의미 있는 활동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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