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의 부모님을 뵙고 오는 여정을 보냈다. 가끔 내려가서인지 뵐 때마다 이전보다 좀 더 늙으신 모습을 뵙는 것 같다. 그럼에도 두 분이 건강하게 지내시는 모습이 자식으로선 감사할 따름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는지 나의 은퇴 후 삶에 대해 궁금해하신다. 그간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인터넷 신문사를 하나 만들었다고 하니 신기해하셨다. 당장 돈을 버는 일이라기보다는 재미있고 의미 있어 보여 봉사차원에서 선택한 일이라고 했더니 돈벌이도 결국 재미있고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을 하기 위함 아니겠냐며 나의 선택을 응원해 주셨다. 오랜 기간 동네의 부녀 회장직을 맡으셨던 어머니에게 봉사는 익숙한 활동이다. 연세가 70이 넘어서도 무료급식소 봉사를 다닐 정도셨으니 어미님의 건강은 다채롭게 이어진 봉사활동 덕분이었나 싶다.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다시 상경을 했다. 늦은 오후에 편집위원들과 이번 인터넷 신문 오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모두의 동선을 고려해 종각 근처의 모임공간 하나를 예약했다. 좀 일찍 도착해서는 집필진에 대한 원고료 책정 기준과 원고 요청 양식을 만들고 나니 거의 회의시간이 되었다. 차례차례 도착한 위원들은 인턴 기자까지 포함해서 여섯 명이다. 다음 기획 기사와 인터뷰 대상을 선택하는 일까지 마무리 지으니 당초 장소 예약시간보다 좀 일찍 마칠 수 있었다. 환불되지 않는 30분 정도의 남은 시간이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언가는 하며 살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생명이 있는 육체를 가진 이상 먹이고 재우고 입혀야 한다. 좋은 걸 먹고 입히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고 일단은 기본적인 생명유지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생명체에게 가장 큰 과제는 산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 일을 할 때는 직업의 귀천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 재미를 위해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인간은 특이하게도 그 이상을 원하게 된다. 사람이 재미와 쾌락을 추구하다 보면 세기를 점점 더 높여야 한다. 하지만 그 끝은 결국 허무만 남는다. 그래서 인간에게 의미의 추구는 재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면 잘 살아온 시간들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잘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은 알 수 없고 오직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개인적인 문제이긴 하다. 우리는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지도 모른다.